피드백 없는 사회

황인선 KT&G 부장 2010.04.2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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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톡톡]남에게 주는 성숙한 사회

피드백 없는 사회


어느 날 여직원이 눈 동그랗게 뜨고 말합니다. "부장님. 왜 제 문자 씹으셨어요?" "씹다니?" "피드백을 안해주셨어요." 순간 할 말이 없었습니다.

요즘 네트워크사회, 100배 PR사회라 하니 각종 클럽, 온라인 커뮤니티 모임이 꽤 늘었습니다. 그러나 모임을 주관하는 사람들은 피드백이 없어서 맥 빠질 때 많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피드백을 즉시 잘하는 사람들이란 걸 알면서도 우리는 안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가 경제규모 대비 다른 나라에 주는 데 인색해서 국가 명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부의 피드백을 안한 겁니다.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면 핏대 올리는데 영토분쟁 데이터뱅크인 ICOW에 따르면 지구상에 413건의 영토분쟁 사례가 있다는 것엔 관심을 준 적 있는지. 페르시아만의 명칭을 뭐로 알고 있습니까. 우리는 다른 나라의 안타까움엔 피드백을 안한 겁니다.



―문을 잡고 있다가 뒷사람에게 넘겨주면 "고맙습니다"라는 사람 드물죠. "고맙습니다"가 "생큐"보다 2.5배 길어서 그런지.

―지역축제에 수만명이 참관해도 행사 후기는 고작 10건 이내. 후기 경품이벤트는 그래서 필수가 됐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황당한 이벤트입니다. 수혜자가 누군데 떡 주고 동치미 주고 차비까지 주는 꼴입니다.

피드백을 모르면 철없고 이기적인 겁니다.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다" "성적 올라가면 휴대폰 사줄게" 하고 주기만 하는 한국 부모들이 그렇게 가르쳤습니다. 그러니 국민모금행사는 많은데 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피드백이 없습니다. 몇년 전엔 홍수피해 기금이 엉뚱한 곳에 쓰여 시끄러웠는데도 여전합니다. 그런 피드백서비스 잘해서 성공한 게 세스코 게시판 마케팅이나 삼성화재 애니카 아니겠습니까.


지자체나 기업들 문화마케팅은 상황이 더 합니다. 그들은 문화마케팅 몇번 했다고 매출이나 평판이 급상승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지만 최소한의 피드백은 기대합니다. 회사 홈피, 블로그에 후기를 남기거나 아이디어를 주거나 등등의 피드백 말이죠.

미국의 주택가 골목에서 살인사건이 났습니다. 한 젊은 여성이 도망가면서 살려달라고 했는데 살인자는 100여m 이상 그녀를 쫓아가면서 무려 4번을 찔렀습니다. 범죄 심리학자가 목격자들을 인터뷰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경찰에 전화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피드백을 남에게 미룬 결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사회는 좋은 시민, 좋은 기업은 좋은 소비자의 긍정적 피드백이 만드는 법인데 대부분 이 인과 고리를 거꾸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 기업에 달라고만 하거나 부정적 피드백만 넘쳐납니다. 기업이 혁신제품을 어렵게 내도 소비자는 '비싸, 가격을 내려. 경품은 없나' 합니다. 그러면 혁신마인드는 죽습니다. 피드백은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아니라 정신으로 이해돼야 합니다. 받은 만큼 주겠다는 정신.

'하자센터' 아십니까. 하자센터는 서울시가 연세대에 위탁해서 운영하는 청소년 육성 및 창업지원센터입니다. 그 육성기업 중 하나인 '노리단'은 포스코 기업광고에도 나왔고 이번 4월에는 클레어몬트 경영대학원이 주관하는 피터 드러커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도 공식 초대됐습니다. 지난해 하자센터가 육성 중인 테마여행기업 '트래블러스 맵', 의류기업 '리블랭크', '이야기꾼의 책 공연', 다문화가족 외식기업 '오가니제이션 요리' 등을 만났는데 젊은 그들은 나눔의 경제학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고 그들이 주는 행복에너지는 정말 유쾌했습니다.

생각보다 우리는 줄 수 있는 게 많습니다. 요즘 지식기부가 유행인데 강사들은 무료지만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합니다. 어떤 화가가 "예술가가 뭐 가진 게 있습니까. 기업이 우리를 도와야지" 했다는데 그는 마음도 가난한 예술가입니다. 나이 40까지는 나를 위해 살고 그 이후엔 우리를 위해 살아야 할 것이라고 필자는 믿습니다. 받으면서 산 세월이 있으면 나머지는 주면서 살아야 합니다.

당신이 지금 줄 수 있는 것 10가지만 꼽아 보십시오. 줄 게 없다면 받을 자격도 없습니다. 주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고 피드백사회가 성숙한 자율사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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