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에 빠진 폴란드…국가 기능 정상운영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0.04.11 12:03
글자크기

전국에 추모행렬…대통령 직무대행 "국론분열 안돼"

비행기 추락 사고로 대통령을 잃은 폴란드 국민들이 큰 충격에 빠진 가운데 폴란드는 전국이 애도 물결로 뒤덮였다. 폴란드 정치권은 국가 기능이 마비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폴란드 바르샤바를 10일(현지시간) 출발, 러시아 모스크바 서쪽 350km 지점의 스몰렌스크 공항으로 향하던 러시아제 Tu(투폴레프)-154 비행기가 이날 오전 10시 56분경 스몰렌스크 공항 인근에 추락해 탑승자 96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 비행기에는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내외와 중앙은행 총재, 폴란드군 참모총장, 외무차관, 야당 대표와 의회 의원들이 타고 있었다. 사망자 중 88명은 폴란드 정부 공식 대표단이었으며 8명은 승무원으로 밝혀졌다.

사건이 알려지자 폴란드 전역은 충격에 휩싸였다. 한 번의 사고로 대통령 부부와 참모총장과 중앙은행 총재 등 정관계와 군 수뇌부가 한꺼번에 사망한 것은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 게다가 일행은 2차 대전 당시 러시아 군에게 폴란드인 2만여명이 학살당한 '카친숲 학살' 사건 추모식을 위해 러시아로 향한 길이어서 폴란드 국민들의 슬픔은 더했다.



바르샤바의 대통령궁에는 조기가 걸렸다. 광장에는 수천명의 시민이 모여 꽃을 바치고 촛불을 켜 사망자들을 애도했다. 전국의 교회에도 추모 인파가 몰려들었다. 폴란드는 교황(고 요한 바오로2세)을 배출했을 만큼 가톨릭 신앙이 강한 국가다.

도널드 투스크 총리는 "2차 대전 이후 가장 비극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라덱 시코르스키 외무장관도 "너무나 참담하고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시코르스키 장관은 "폴란드군 2만명이 카친에서 사망한 일(카친대학살)을 추모하러 가던 대통령 내외가 이렇게 비극적이고 끔찍한 일로 사망했다"며 "게다가 군 총수와 의원, 중앙은행 총재까지 한꺼번에 희생된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기관· 증시 정상운영


폴란드 정부는 국민적 애도기간임에도 국가 기능은 정상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투스크 총리는 정부가 업무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 바르샤바 증시도 월요일인 12일(현지시간) 정상 개장한다.

폴란드 헌법에 따라 브로니슬라프 코모로프스키 하원의장이 대통령 직무를 대행한다. 코모로프스키 직무대행은 이날 TV에 출연, "시각의 차이는 문제가 아니며 좌도 우도 없다"며 "이런 비극 앞에 우리는 하나"고 말했다. 자칫 이번 사고 이후 반러 감정이 격화되거나 각 정당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등 국론이 분열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편 BBC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모든 시신을 발견, 신원 확인을 위해 모스크바로 이송했다. 유족들은 시신 수습과 이후 절차 논의 등을 위해 모스크바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