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현대아산…'금강산 관광길' 이대로 막히나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10.04.0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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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즉각적인 사업단절은 아닌 것으로 파악.."남북 당국간 협의 기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대북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 1999년 출범한 현대아산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금강산·개성관광 중단에 이어 북한이 남한 자산을 동결하고 새 사업자와 금강산관광을 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대북사업이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이 성명을 통해 '남한 당국의 자산을 동결하고 그 관리 인원을 추방한다"면서 "곧 새로운 사업자에 의한 국내 및 해외 금강산관광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아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8일 밤부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관련부서는 북한의 진의 파악에 나서는 한편 대북사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백방으로 마련 중이다.

일단 잠시 서울에 머물고 있는 심상진 금강산사업소 총소장이 9일 오전 대책회의 후 구체적인 상황파악을 위해 금강산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직접 북측으로부터 통보받은 사실은 아직 없다"면서 "금강산 현지에 있는 직원들과 접촉을 하는 등 구체적 내용을 확인한 후에 관련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대아산을 포함해 금강산 관광지구의 사업체 체류 인원은 현재 76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새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북측 발표가 전면적인 관광계약 철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금강산관광 사업자변경은 기존의 경고를 되풀이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한이 새 사업자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북측 성명이 현대아산과의 즉각적인 사업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어 "하지만 새로운 사업자와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것은 현대아산을 배제하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어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아산은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와 '금강산 관광사업 합의'를 통해 지난 2002년부터 시작해 2052년까지 금강산 관광과 토지 이용에 관한 독점적 권리를 갖고 있다.



또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 그리고 한국관광공사와 공동소유하고 있는 온정각을 포함해 약 2200억원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강산·개성 관광의 장기간 중단에 이어 대북사업권 상실 위기에 놓이면서 대북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북한 관광 사업이 중단되면서 현대아산은 매출과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개성 관광도 잠정 중단됐다.



이에 현대아산은 지난해 영업손실 322억원, 당기순손실 29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 322억원은 2008년 54억원의 약 6배에 달한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대북사업을 절대 버릴 수 없는 사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단 한명이 북측 관광지를 찾더라도 대북 사업을 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이는 시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의 유지인데다 대북사업이라는 사명감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추가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남과 북 당국의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면서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것 밖에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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