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김총재에게 3가지 주문… 방점은?

머니투데이 채원배 기자 2010.03.3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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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독립성보다 전체 경제와 글로벌 역할에 방점

"대한민국 경제 전체, 나아가 국제적인 감각을 갖고 일해 달라."

이명박 대통령이 31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국은행 총재와 한은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크게 3가지를 강조했다. 한은 독립성, 대한민국 경제 전체를 보는 것, 글로벌 역할 등이다.



이 중 방점은 한은 독립성보다 대한민국 경제와 글로벌 역할에 찍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위해 적극 지원할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한은만의 관점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나아가서는 국제적인 감각도 갖고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은 독립성이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전체를 생각하고 글로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위기가 터졌을 때 이성태 전임 한은 총재와 한은에 적지 않은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이 글로벌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8년 11월 말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부처간 경계도 없다"며 "모두가 하나가 돼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제적 금리인하 여부를 놓고 불협화음을 빚었던 정부와 한은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시중금리를 내려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전 총재와 한은에 대한 이 대통령의 불만은 이번 신임 총재 인선에 그대로 반영됐다. 신임 총재로 정책 조율형 스타일인 김중수 카드를 선택한 것. 학계와 관계를 두루 경험한 김 총재가 한은 내부를 잘 다스리면서 정부와 거시경제 정책을 조율하는데 최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 총재에게 "출구전략도 각국이 공조해야 한다"며 "한은 총재가 이제 글로벌한 위상이니까 이제야말로 중앙은행 총재도 글로벌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더 이상 물가안정이라는 고유 역할에만 집착해서는 안 되며, 글로벌 위상에 걸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물가 안정을 위해 조기 금리 인상을 주장해 온 이성태 전 총재의 판단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리 인상여부는 물가 뿐 아니라 국내 경제, 세계 경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은의 변화도 주문했다. 인식의 변화, 역할의 변화, 과거와 확연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중수 총재는 "G20 의장국 중앙은행으로서 그 자격에 걸 맞는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며 "세계적인 위기 극복을 위해 공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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