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사라지는 20세기 서울, 기록영화로 제작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10.02.2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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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 ‘뉴타운조사보고서 4종, 기록영화3편’ 제작

↑ 1950년대 한옥이 즐비한 북아현동의 전경<br>
↑ 1950년대 한옥이 즐비한 북아현동의 전경


# 일제시기 북아현동은 도시형 한옥이 들어서면서 연희전문학교 학생들의 하숙촌이었다. 시인 윤동주도 학교와 하숙집 사이 언덕길을 오갔던 학생 중 하나였다. 시인의 대표작 ‘서시’와 ‘별 헤는 밤’은 북아현동 밤하늘 아래서 탄생했다.

# 왕십리는 1970년대 금형(金型) 공장 밀집지였다. 당시 공장 노동자들에게는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는 흔한 일이었다. '일호정밀'의 이 모씨는 "당시 손가락이 두 개 잘리면 공장장이고 세 개 잘리면 사장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제는 남아있는 일부 공장들도 터전을 옮겨야한다.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져가는 20세기 서울 대한 기억을 담은 보고서와 기록영화가 제작됐다.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은 2009년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의 성과로 뉴타운조사보고서 4종과 기록영화 3편을 제작했다고 28일 밝혔다.

대상지는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 종로구 교남동 돈의문뉴타운, 성동구 상왕십리 왕십리뉴타운, 강북구 길음뉴타운 등 4곳이다. 이 중 북아현, 왕십리, 길음뉴타운은 기록영화로 제작됐다. 보고서는 조선시대부터 있었던 오래된 길의 흔적과 일제시기 주택, 산업화 시기 형성된 공장지대 등 도시역사의 현장이 기록됐다.



'도시의 실핏줄' 골목길에 대한 기록도 처음 시도했다. 좁고 비탈진 골목길은 낙후의 상징이었지만 현재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서울의 성장과정과 같이 걸어 온 서민들의 삶의 이야기도 풀어냈다. ‘한강의 기적’으로 명명되는 압축성장에 대한 칭송 속에서 소외된 목소리를 담기 위해서다. 한강에서 재배된 야채를 팔았던 야채도매상의 이야기, 전차운전수의 삶, 봉제공장 시다의 이야기, 손가락이 잘린 금형공장의 노동자 이야기 등이 실렸다.

↑  2009년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 보고서와 기록영화 <br>
↑ 2009년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 보고서와 기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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