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재할인율 인상으로 출구전략 예고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0.02.1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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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예고편..초과 지준금리 인상에 주목해야

미국이 재할인율 인상으로 금리정책 정상화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미 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는 18일(현지시간) 재할인율을 인상했다. 1년여 만의 인상이다. FRB는 2008년 12월 기준 금리인 연방 기금금리와 함께 재할인율을 낮춘 후 14개월 동안 금리를 동결해왔다.

FRB는 또 시장 예상보다 빨리 재할인율 인상을 단행했다. 시장은 재할인율 인상이 다음달 열리는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인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FRB는 예상을 깨고 비정례 회의를 통해 재할인율 인상을 선택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이 지난 10일 의회 청문회 자료를 통해 조만간 재할인율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지 불과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다.

◇ '출구전략 첫발' vs '아직은 비상시기'



재할인율은 시중에서 유동성 조달에 실패한 은행이 FRB 대출 창구로부터 직접 돈을 을 빌릴 때 무는 금리다. FRB는 재할인율 금리를 올림으로써 시중 FRB의 단기 유동성 공급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은행간 단기자금 시장의 역할을 강화하고 FRB의 특별 단기 유동성 공급이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가길 희망했다.

이는 시중 은행들이 유동성 조달을 위해 FRB의 직접 대출에 목을 매야만 했던 비상 상황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FRB의 달라진 인식을 보여준다. 또 예상보다 앞당겨진 재할인율 인상 시기는 출구전략으로의 정책 전환이 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금 금리보다 재할인율 인상을 먼저 택한 것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자칫 가계, 기업 전반의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금 금리에 앞서 재할인율을 올린 뒤 시장의 반응에 따라 이후 금리정책 정상화 속도와 수순을 정하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앞서 10일 버냉키 FRB 의장이 말한 대출정책 변화 역시 "先 재할인 정상화, 後 정책금리 인상"이 골자였다.

신중한 정책 변화를 통해 애써 되살린 분위기를 스스로 망치진 않겠단 생각이다. 지금 FRB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신용시장 안정과 경제성장 추세가 성급한 출구전략으로 재차 망가지는 것이다.



FRB는 이날 재할인율 인상 성명에서 재할인율 인상이 경기 전망이나 통화정책 전망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저금리 기조 유지를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인상으로 늘어난 기금 금리와 재할인율간 금리 차(스프레드)도 0.5%포인트로, 평상 수준을 크게 밑돈다. 재할인율이 시중에서 자금을 구하지 못하고 FRB에 직접 돈을 빌리는 데 대한 일종의 벌칙 금리이기 때문에 재할인율은 기금 금리보다 1%포인트 높은 게 관례였다.

◇ 다음 수순은?



이번 재할인율 인상은 일종의 출구전략 예고편이다. 대출금리 영향이 제한적인 재할인율을, 그것도 소폭(0.25%포인트) 올리면서 시장에 정책기조 변화에 대한 면역력을 부여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재할인율 인상보다 초과 지급준비율 금리 인상에 주목하고 있다. 초과 지준 금리 인상이 출구전략의 본격적인 시작이 될 것이란 게 시장의 중론이다.

초과 지준 금리 인상은 정책금리인 연방 기금 금리를 움직이지 않으면서 유동성을 단속할 수 있는 방편으로, 기금 금리 인상으로 가는 중간과정이다.



시중은행의 잉여 중앙은행 적립금인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를 인상하면 시중은행들의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초과 지준금리 인상은 수혜 대상이 시중 은행에 국한되기 때문에 유동성 흡수 효과 역시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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