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비만' 치료와 '체형' 치료

윤장봉 대한비만체형학회 공보이사 2010.02.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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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비만 클리닉'은 '미용 클리닉'이라는 인식이 강해집니다. 사실 저도 어쩔 수 없지만, 내가 보고 싶은 환자만 본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대학병원에서 '비만' 환자만 보시던 교수님이 대학을 그만 두고 나오신 후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대학병원에서 내장지방을 주로 치료했는데, 개업하고 난 뒤에는 피하지방과 피부와 싸우게 되었습니다"라고요.

비만 클리닉을 하면서 가장 큰 문제점은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비만'과 '체형'을 혼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체중이 줄면 체형도 더 예뻐진다는 사실은 당연한 듯하면서도 당연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예쁘다'는 개념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있어야 되겠지요. 만일 체중이 100kg인 분이 체중을 70kg으로 줄였다면 '비만'의 개념에서는 굉장히 성공적인 것입니다. 당뇨와 고혈압, 퇴행성 관절염 등의 질환이 생길 가능성도 낮아지며, 기대 수명도 길어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체형적으로는 전 보다 '나아'지긴 했겠지만 '예뻐졌다'라고 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체중이 100kg인 분에게 "환자분께서 체중을 30kg을 줄이신다면 더 건강해지고, 더 오래 살게 되며, 여러 가지 합병증이 줄어들 겁니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 "환자분께서 체중을 30kg을 줄이신다면 최소 77사이즈는 입게 되실 겁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더 잘 받아들여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체중이 58kg인 여자분에게도 똑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58kg인 분이라면 체중의 문제가 아니라, 체형의 문제로 오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허벅지의 승마살이 문제라던가, 팔 밑 쳐진 부분이 보기 싫다던가, 옆구리 러브핸들에 지방이 많아서 청바지 위로 튀어 나온다던가 하는 문제를 가지고 오시는 겁니다.



이런 분에게 '체중'을 줄이면 해결된다고 하면 틀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체중을 줄여서 어느 정도 해결은 될 수 있지만, 타고난 체형 자체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허벅지 승마살에 지방 침착이 너무 많은 경우라면, 체중을 53kg까지 5kg을 줄이더라도 어느 정도 허벅지의 둘레는 줄겠지만 승마살 부위만 골라서 빠지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국소 비만 치료 또는 체형 치료의 개념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지방흡입과 같은 수술적인 방법도 이런 경우에 가장 잘 적용되는 것입니다.

같은 문제가 체중이 100kg인 분에게도 적용됩니다. 100kg인 분에게 '체형치료'의 개념으로 사이즈를 줄인다면, 단순히 체중만 줄인 경우와 어떻게 다를까요. 예를 들어 극단적으로 100kg인 분을 전체적으로 지방흡입을 한다고 해서 체중이 55kg이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인 방법을 권하게 된다면 심각한 고도 비만의 경우라면, 위 절제술이나 밴드 수술 (복강경을 이용해서 위에 밴드를 묶어 위 사이즈를 줄이는 방법) 을 권해야 되는 것입니다.

결국 '비만'의 경우에는 '비만 치료'로 접근해야 되는 것이고, '체형'의 경우에는 '체형 치료'로 접근해야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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