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찜찜했던 전기차 발표회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2010.02.0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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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서 열린 전기차 사업 발표회장. 상장사인 A기업이 미국 전기차 업체와 기술제휴를 맺고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수입,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특급호텔의 그랜드 볼륨에서 아나운서 출신 유명 방송인이 사회를 본데다 화려한 뮤지컬 공연도 펼쳐져 국내 완성차 업체의 신차 발표회장 못 지 않았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사업과 관련한 알맹이는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는 4월부터 시범적으로 100여대의 전기차를 수입해 판매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모델을 수입할 것인지도 아직 정하지 못했고 전시장은 어디에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검토중' 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판매 예정 모델이라며 선보인 전기차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미국에서 가장 빠른 전기스포츠카로 손꼽힌다는 설명과 함께 공개된 차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모형 차체에 타이어만 끼워 만든 것이었다.



더구나 가짜 화환 논란까지 빚었다.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사 대표이사(CEO) 명의로 된 화환에 씌인 대표이사 이름에 오자가 있었다. 확인 과정에서 그 부품사 총무팀과 비서실 등 관련 부서가 화환을 보낸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A사는 자세한 경위를 밝히지 못했다.

중소기업이 이 같은 대형 행사를 준비하는 게 쉽지는 않았겠지만 진정성에 대해 회의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올 초 910원이던 A기업 주가는 사업 발표회 전날엔 86%가까이 상승한 1690원까지 올랐다. 전기차 사업이 호재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최근 중소 상장사들을 중심으로 모터와 배터리 등 전기차 관련 사업을 시작한다는 발표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고 있다. 온라인 교육업체부터 의료기기업체까지 다양하다. 신사업개척은 기업의 성장과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려할 만하지만 거품은 오래가지 못한다.

치밀한 준비나 연구 없이 트렌드 사업에 뛰어드는지 투자자들은 눈 여겨 봐야 한다. 지식경제부 등 당국도 전기차 관련 업체들이 난립하지 않도록 적절한 시장 감시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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