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의 안일한 대처 '화 키운' 토요타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0.01.2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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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스 "주행 중 문제 생기면 시동 끄기보다 기어 중립으로"

일본 토요타 자동차의 안전 불감증이 낳은 리콜 및 판매·생산중단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토요타가 28일 기존 리콜 조치를 취한 8개 모델 외에 3개 모델을 추가로 리콜 대상에 포함시켜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주 고객인 허츠, 에이비스 등 렌터카 업체들이 토요타 차량 사용을 중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토요타가 이번 리콜 및 판매 중단으로 주당 5억달러의 매출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토요타측은 판매 중단에 따라 북미 공장 내 관련 모델 생산을 2월 1일부터 일시 중단시킨다고 밝혔으나 정확한 조업 재개 일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 렌터카 업체 에이비스와 허츠, 엔터프라이즈는 27일(현지시간) 토요타 차량 렌트 중단을 발표했다. 최대 렌터카 업체 허츠는 총 차량 29만대 가운데 토요타가 20%를 차지한다. 에이비스의 해당 차량은 미국과 캐나다, 푸에르토리코의 매장에 있는 총 27만여대 가운데 2만대 정도로 알려졌다. 엔터프라이즈는 전체 렌트 차량 가운데 토요타가 4% 정도다.



리콜…리콜…안전 논란

토요타 차량의 안전 문제는 지난해부터 불거졌다. 9월 미국내에서 일부 차량 가속페달이 운전석 바닥매트에 걸려 제자리로 오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것 때문에 사고가 나 렉서스를 탄 일가족 4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논란이 본격화됐다.

토요타는 당시 북미 시장에서 토요타와 렉서스 등 420만대를 리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토요타가 미국에 진출한 이후 최대의 리콜이었다. 하지만 토요타 측은 바닥 매트만 교체하면 별 문제가 없다며 페달과 같은 기계적 결함 가능성을 일축했다.


토요타 이용자들의 항의와 의문은 이어졌다. 고속으로 주행하다 차가 통제를 잃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11월 미국 교통국과 연방정부 도로교통 안전관리청(NHTSA)은 "바닥 매트(교체)는 임시 조치일 뿐 차량 결점의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두 연방 기관들은 성명을 통해 "이 문제는 토요타가 차량 오작동에 적합한 해결책을 제공하기 전까진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닥 매트의 문제일 뿐이라는 토요타의 주장을 미 당국이 정면 반박하면서 토요타는 11월14일 매트 결함으로 리콜 조치된 차량의 가속 페달을 교체하기로 NHTSA와 합의했다.



결국 세계 최고의 품질에 자만한 경영진의 안일한 위기 대응 방식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안일한 판단에 사태 악화

토요타는 결국 지난 21일 북미에서 8개 모델 230만대 가량을 리콜한다고 밝혔다. 가속 페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6일에는 문제를 찾아내 해결할 때까지 해당 모델의 생산과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자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렌터카 업체들이 토요타 차량 렌트를 중단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주행 중 갑자기 가속페달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는 독자들의 질문에 "시동을 끄기보다는 기어를 중립에 놓는 것이 안전하다"고 전했다.

토요타는 이번 리콜이 지난해 9월의 리콜 발표와 별개라는 입장이다. 또 유럽으로 리콜을 확대하는 문제는 검토 중일 뿐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토요타의 유럽 리콜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경영진의 위기대응 능력과 상황 인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계 1위라는 만족감에 취해 사태를 안일하게 판단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토요타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영 위기에 대처, 무리한 구조조정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요타로서는 경영진의 판단 실수 때문에 세계 최대 자동차기업이라는 체면을 구기는 정도가 아니라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정도의 상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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