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대기업, CP 상환물량만 7조원대

더벨 황철 기자 2010.01.2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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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시장 분석-③]SK·현대차그룹 거액 축소…우량 여전사 잔액도 감소

더벨|이 기사는 01월25일(10:5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크레딧 시장은 말 그대로 신용(Credit)을 기반을 거래가 이뤄진다. 이 때문에 최고 우량도를 갖춘 대기업의 조달량이 절대적으로 많다. 사세를 대변하듯 발행 규모 자체가 크고 신용위험이 낮아 투자 수요 역시 풍부하다.



단기 신용도가 수급을 좌우하는 CP 시장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짙다. 통상 A1 등급 CP가 전체 물량의 70~80%를 차지하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대기업들은 연말로 갈수록 단기 자금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였다. 특히 SK (207,000원 ▼12,000 -5.5%)·삼성·현대차그룹 계열사와 전업 카드사 등 수익·건전성이 개선된 기업들의 CP 상환이 줄을 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최근 수년간 1조원 내외의 CP 잔액을 유지해 오던 기업들이다. 회사채 시장 훈풍과 함께 장기 채권 발행으로 조달구조 개선에 나선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10개 기업 CP잔액, 10조에서 2.5조대로

지난 일 년 여간 CP 잔액이 크게 감소한 1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SK·삼성·현대차 (250,500원 ▲6,500 +2.66%) 등 국내 최상위 대기업집단의 계열사가 절대 다수(7곳)를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정유·여전사가 대부분(8곳)으로 금융위기 이후 업황·실적 개선이 뚜렷했던 기업을 중심으로 단기자금을 적극 상환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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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10대 기업의 CP 잔액은 지난해 초(1월1일 기준) 10조1695억원으로 업체당 평균 1조원이 넘는 수준을 보였다. 당시 일반CP(공기업·SPC 제외) 규모가 40조4174억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기업이 전체 1/4 이상의 자금을 독식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2조4494억원을 나타내 24.1%선으로 줄었고 25일 현재에도 30%선(3조1431억원)에 그치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가장 적극적으로 기업어음 상환에 나선 기업이다. SK에너지는 2009년 초만해도 1조5137억원에 달하는 미상환 CP를 보유했다. 일반기업 중 가장 큰 규모다.

하지만 유가·환율의 상대적 안정과 장기채 발행으로 여유자금이 늘자 대부분의 CP를 상환했다. 25일 SK에너지의 CP잔액은 500억원으로 1년여 동안 무려 1조4137억원의 어음을 현금으로 갚았다.

동종 업종인 GS칼텍스 역시 09년 초 1조2941억원에 이르던 CP를 연말 전액 상환했다. 올 들어 3000억원 어치의 CP를 재발행 했지만 감소폭은 여전히 1조원에 육박(9941억원)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보면 현대차그룹의 CP 상환 의지가 돋보인다. 완성차 기업(현대·기아차)을 중심으로 잔액 대부분을 갚았고, 주력 여전사인 현대캐피탈도 CP 물량을 크게 줄였다.

현대캐피탈은 여전사 중에서도 전통적으로 CP 활용도가 높아 지난해 초 1조5095억원의 잔액을 나타냈다. 일반기업 중 SK에너지 다음으로 큰 액수였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5년 이상 장기채, 외표채, 옵션부 채권 등 다양한 형태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며 CP 상환의 재원을 마련했다. 그 결과 현재 잔액은 1조원 이하(9813억원)로 떨어졌고 감소폭은 5282억원을 나타냈다.

현대차·기아차 (114,900원 ▲2,200 +1.95%)의 경우 연초 각각 4715억원, 6709억원의 CP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분기 이후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잔액을 사실상 0원으로 만들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말 이미 CP를 모두 상환했고, 기아차 역시 105억원의 잔액만 남겨두고 있다.

여전사 차입구조 장기화 전략도 원인

삼성·신한카드 등 대형 전업카드사의 적극적 CP 상환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두 기업 모두 단기자금 활용도가 높은 여전사로 지난해초 1조원 내외의 CP 잔액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자산감축·조달구조 개선에 나선 결과, CP 의존도를 크게 줄였다.

25일 삼성·신한카드의 기업어음 잔액은 5400억원, 6113억원으로 1년여 전보다 각각 8068억원, 3867억원 감소했다.

군인공제회의 경우 감사원으로부터 CP 급증 배경을 추궁 당한 이후, 1조원에 육박하던 잔액을 현재 4474억원으로 절반 가량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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