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발표된 '2010년 경제정책 방향과 과제'를 보면 정부는 정책기조의 '점진적 정상화'란 표현을 썼다. 당분간 현 기조를 유지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방점은 '정상화'에 찍힌다.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예산안에서 이미 '중립'으로 클릭 이동을 한 데 이어 이번엔 재정 적자폭을 줄이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돈을 덜 풀겠다는 얘기다.
우선 중소기업 신용보증 확대 조치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게 핵심에 있다. 겉만 보면 보증 만기 연장 조치,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패스트 트랙) 등이 6개월 연장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취해진 비상 조치의 핵심은 금리와 중소기업 보증 확대 등 크게 두 축"이라며 "이중 보증 부문이 정상화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점진적 정상화'는 곧 '슬로우(slow) 출구 전략'이란 얘기다.
비상조치를 거둬들이면서 정부가 택한 게 '내실 강화'다.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금융위기의 여진이 올 때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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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여러 프로그램을 내놨다. 내년 상반기중 예대율을 직접 규제키로 한 게 대표적이다. 예대율은 은행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을 뜻하는데 규제가 도입되면 과도한 외형 확대와 대출 경쟁이 어려워진다.
사외이사 제도 개선방안도 같은 맥락이다. 경영진과 유착하거나 스스로 권력화되는 것을 막아 은행의 내실을 키우는 데 기여토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정부는 한발 더나가 금융회사의 순익을 내부 유보토록 '유도'키로 했다. '강제'할 방법은 없지만 당국의 의지는 강하다. 배당을 늘리는 대신 충당금도 많이 쌓고 자본 확충도 열심히 하라는 강한 '메시지'인 셈이다.
G-20 등 국제 논의 흐름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레버리지 규제 △자본 규제 정비 △성과 보상 체계 개선 등 실질적 규제 프로그램도 내실 강화를 유도할 수단들이다. 특히 대형 금융회사 등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 규제를 강화키로 한 게 눈에 띈다. 위기 이후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 기조를 정상화로 잡는 한편 산업 측면에선 내실을 다져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