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이 더이상 대접못받는 이유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2009.12.1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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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성공습관]당신의 활에 매어둔 줄을 풀어둘 용기를 가져라

활은 가장 오래된 무기 중의 하나다. 적을 제압하는 강력한 무기 속에도 우리가 기억할 자기계발의 비밀이 하나 있다. 국궁 활은 평소엔 줄을 풀어놓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의 활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양새와 다르다. 줄을 풀어놓은 활은 우리가 알고 있던 활 모양이 아니라 그냥 동그라미처럼 보인다. 저게 정말 활인가 싶을 정도다. 물소뿔로 만든 활이 원래의 굽은 성질에 따라 동그랗게 말려있는 모양이다.



우리가 아는 활의 모양은 그걸 반대로 힘을 주어 줄을 맨 모양이다. 안 쓸 때 줄을 풀어놓는 것은 활의 탄성피로 때문이다. 계속 줄을 매어놓으면 쓸 일이 있을 때 그냥 바로 꺼내서 쓸 수 있기에 더 편하긴 하겠다.

하지만 이럴 경우 탄성피로 때문에 화살이 더 멀리 더 강하게 날아가지 않는 것이다. 그것을 활의 탄성피로라고 하는데, 우리 조상들은 아주 옛날부터 활의 줄을 쓸 일이 있을 때 매고 평소엔 풀어놓는 지혜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더 강한 탄성을 위해 안 쓸 때는 줄을 풀어놓는 것, 바로 휴식의 힘이다.



우리가 사는 것이나 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늘 전속력으로 달릴 순 없다. 쉬지 않고 늘 전력투구하다가는 금세 지[쳐 쓰러진다. 재충전과 휴식이 필요한 이유는 중요한 순간에 더 잘하기 위해서다. 탄성피로 때문에 결정적 순간에 아쉬움을 남기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재충전과 휴식을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그냥 주말에 아무것도 안하고 잠만 자는 게 결코 재충전이나 휴식이 아니다. 우리에게 몸 뿐 아니라 머리의 재충전과 휴식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휴식이 중요하다고 해도 아무 때나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쉬는 것도 계획이 필요하다. 불안감과 조급함은 우리의 가장 큰 적이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몸의 여유도 잃어버린다. 모든 게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를 가려낼 필요가 있다. 모든 것에 100%를 투여하다간 열심히는 하지만 성과는 남보다 떨어진 사람이 될 수가 있다. 기회는 늘 있는 게 아니라 갑자기 오는 것이다. 갑자기 오는 기회를 잡으려면 늘 남겨둔 에너지도 있어야 하고, 덜 중요한 일은 과감하게 선택에서 제외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도 연투를 하면 구속도 떨어지고 변화구의 각도 무뎌진다. 대개 선발투수가 100개 정도의 공을 던지면 중간계투에게 공을 넘겨주게 된다. 그때쯤이면 슬슬 힘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개 투수교체 타이밍을 놓쳐서 경기에 지는 경우가 많다. 그날 경기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다음 경기를 위해서도 적절한 시기에 마운드를 내려와서 쉬어야 한다.

쉼 없이 계속 던지다간 난타를 당하기 마련이고, 부상이 오기도 쉽다. 정말 중요할 때 잘 던지기 위해서라도 잘 쉬며 관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선발투수는 한번 등판하고 나면 보통 3-4일간 등판하지 않는다. 등판한 다음날엔 연습 때도 공을 잡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쉬어야만 다음에 등판한 날에 최선의 투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가 치러지기 전 플레이오프 단계를 거치는 것은 정규시즌 1위 팀에 대한 어드밴티지다. 정규시즌의 1위 팀은 가장 많은 휴식을 가지고 한국시리즈에 나선다. 그런 반면 플레이오프에서 치열한 격전을 치룬 팀은 한국시리즈가 길게 가면 갈수록 불리하다.

지난 한국시리즈 때 SK 와이번스의 중간계투들이 쉼 없이 너무 연투를 했다. 혹사를 당한 탓에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구위가 현격히 떨어졌다. KIA 타이거즈의 공격력이 날카로웠다기 보다 SK 와이번스 중간 계투진들이 쉬지 못하며 힘이 떨어졌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포츠에서 휴식은 경기결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휴식도 전력이자 전략이다.

워커홀릭이 일 잘하는 사람이라 불려지던 때도 있었다. 가정도 팽개치고 일에만 매달려서 성공에 이른 사람들의 사례도 많았다. 그런데 더 이상 그런 사람들은 보기 힘들어질 거다. 과거의 산업사회에서는 워커홀릭이 대접받았지만, 현재이자 미래의 창조사회에서는 워커홀릭들이 대접받을 일은 별로 없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하는 것이다. 365일을 한결같이 열심히 하기보다, 365일 중 특별히 중요한 그날에 집중적으로 열심히는 하는 것이 더 높은 효율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 기계라면 한결같이 같은 퍼포먼스를 가져낼 수 있지만, 사람은 피로하면 퍼포먼스가 떨어진다. 창의적인 생각은 더 떨어진다. 기획력이나 창의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피로 누적은 가장 큰 적이다.

활을 평소에 풀어놨다가 쏠 때만 매어서 탄성피로를 관리하듯, 우리의 일과 일상도 관리가 필요하다.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그 순간에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휴식을 노는 것이 아니라 재충전이라 여겨야 하고, 성공을 위한 준비과정이라 여겨야 할 것이다. 가끔씩 긴장의 끈을 풀어두고 마음의 여유도 찾자. 앞만 보며 달리는 것을 멈추고 옆뒤로 살피고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자. 이것이 결정적 한방을 만들어내는 힘이 될 것이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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