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주관사 선정 '운용사 딜레마'

더벨 민경문 기자 2009.11.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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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사의 계열운용사 공모 참여 금지규정...27일 당락 영향

더벨|이 기사는 11월26일(18:0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역대 최대 딜로 평가되는 삼성생명의 상장을 담당할 주관사 선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사 4곳, 외국계 6곳 등 10곳은 지난 25일 설명회(PT)를 마치고 최종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계 증권사로는 골드만삭스증권, 메릴린치증권이 유력한 가운데 나머지 한 곳을 두고 경합 중이라는 평가다. 미국계 두 곳이 우세해진 만큼 일본계(노무라증권) 혹은 유럽계(UBS증권)에서 남은 자리를 차지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업계는 국내 증권사 4곳의 향방에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다. 초미의 관심사인 대표 주관사의 경우 지점을 통해 청약 물량을 책임져야 하는 국내 증권사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주관사의 계열 자산운용사가 청약 및 인수업무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은 이번 딜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규정에 따르면 특정 증권사가 주관사로 참여해 인수한 주식은 계열 자산운용사들이 자사 펀드로 매입이 불가능하다. 적어도 3개월은 지나야 원하는 물량을 가져갈 수 있다. 계열 운용사들이 참여할 경우 수요예측이나 청약 등에서 유리하게 배정할 수 있다는 ‘이해상충’ 문제를 방지키 위해서다.

이 같은 규정은 당장 27일 상장 주관사를 선정해야 하는 삼성생명에 딜레마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후보 4개 증권사가 각각 계열 자산운용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 10대 자산운용사에 포함될 정도로 규모 또한 작지 않다.


유력 후보 중의 하나인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당장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부담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55조원(설정원본 기준)의 수탁 규모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운용사다.

그만큼 공모주에 참여할 수 있는 여력도 타사 대비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할 경우 삼성생명으로선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포기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업계 5위(수탁액 17조3000억원)인 한국투신운용이 걸려 있다. 이밖에 신한금융투자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수탁액 26조5000억원)을, 하나대투증권이 하나UBS자산운용(17조3500억원)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계열 자산운용사 부담이 적은 대우증권이나 우리투자증권은 이미 대한생명 딜을 맡고 있다. 경우에 따라 이들 중 2~3곳이 청약에 참여할 수 없게 되면 수조원에 이르는 공모 자금의 국내 시장 소화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단순 공모주 펀드로는 물량 소화가 힘들기 때문에 일반 주식형 펀드의 참여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공모액 절반 이상을 해외에 배정한다고 해도 약 2조원되는 물량을 국내 시장에서 책임져야만 한다. 더구나 대한생명(공모규모 약 2조)과 미래에셋생명(5000억원)의 상장 일정까지 내년 상반기로 겹쳐진 상태다.



수요예측 및 청약과정에서 자산운용사는 기관투자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저축은행이나 증권사들이 일부 참여하긴 하지만 운용사에 비해선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 그 만큼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참여 여부가 이번 삼성생명의 상장 성공의 핵심 열쇠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삼성 계열사인 삼성투신운용(운용규모 국내 2위)은 금융투자협회 인수업무 규정에 따라 청약 참여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동양생명의 상장 때도 동양투신운용이 불참하긴 했지만 지금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증권사 IB관계자는 "하나의 운용사도 아쉬운 판에 국내 대형 운용사들이 참여 하지 못할 경우 삼성생명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삼성생명으로선 국내 주관사 선정을 위한 옥석 가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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