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조기민영화 가능성 보인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9.11.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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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소수지분 블록세일 "긍정적"

예금보험공사가 24일 우리금융 소수지분을 블록세일한 가운데 금융계가 우리금융 조기 민영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날 매각된 지분은 5642만주(7%)로 전체 지분에 비하면 많지 않으나, 매각 과정에서 예보가 보인 우리금융 (11,900원 0.0%) 민영화 의지와 시장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예보는 이날 우리금융 지분 7%를 블록세일 방식으로 매각해 8660억 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주당 매각단가는 1만5350원, 할인율은 전날 종가(1만6050원) 대비 4.36%였다. 이번 매각분을 포함하면 예보를 통해 우리금융에 투입된 12조8000억 원의 공적자금 가운데 총 4조원이 회수됐고, 예보의 지분율은 73%에서 66%로 떨어졌다.



이번 블록세일은 간단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 소수지분을 가급적 빠른 시일내 매각한다는 방침은 정했으나, 우리금융의 주가가 발목을 잡았다.

주가는 올 9월 한 때 1만7200원까지 올랐으나 지분매각이 결정된 후에는 1만6000원 전후로 하락해 예보의 속을 태웠다. 예보는 주가가 1만6500원 이상으로 회복된 지난 주 블록세일을 하려 했으나 투자자 모집이 여의치 않아 일정을 미뤘했다. 이 문제는 블록세일이 결정된 전날까지도 예보의 발목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할인율을 포함한 매각 가격이 확정된 전날 저녁까지 7%의 지분 가운데 5% 정도만 투자자가 정해졌다"며 "나머지 2% 가량은 오늘(24일) 새벽에야 매수신청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에 뉴욕증시가 상승 마감한 게 적잖은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다우지수는 달러화 약세와 주택 지표 호전에 힘입어 전날보다 132.79포인트(1.29%) 올랐고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1% 이상 상승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새벽 글로벌 증시회복 가능성에 주목한 해외 투자가 등의 수요가 추가되면서 당초 예상한 지분을 모두 매각할 수 있었다"며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매각규모 축소가 불가피해 보였다"고 전했다.


이번 블록세일은 우리금융 조기 민영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과 무관한 재무적 투자가 영입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다.

은행권에선 자산규모가 330조원에 달하는 우리금융의 지분 전체를 매각하는 건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신 경영권이 포함된 일부의 지분만 새로운 인수 후보에게 매각하고 나머지는 예보가 시장에서 분할매각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인수후보가 우리금융의 지분 20~30%만 확보해도 된다면 자금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금융계 일각에서 제기했던 우리금융 분리매각 시나리오가 최근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분리매각은 우리투자증권, 경남·광주은행 등 우리은행을 제외한 계열사를 우선 매각해 덩치를 줄이자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권은 이를 하나금융지주 (61,600원 0.00%)와의 짝짓기 가능성과 연관 짓기도 했다. 하나금융이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 (14,200원 ▲120 +0.85%)을 인수하되 경남·광주은행은 별도의 인수후보를 찾으면 우리금융 조기 민영화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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