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 이 기사는 11월18일(08:2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이 기업공개(IPO)를 조기 추진키로 하면서 이미 상장 수순을 밟고 있는 대한생명·미래에셋생명과 일정이 겹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곳 모두 11월 주관사 선정→1~2월 상장예비심사 청구→5~6월 공모 및 상장을 목표로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이 정도 대형 딜이 동시에 몰리면 해외 공모 물량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IPO 시장 풀(pool)에서 소화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결국 국내외 투자자 모집이 딜 성공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한 증권사 IPO 부장은 "국내 IPO 시장의 규모는 넉넉하게 잡아도 2조~3조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3개 생보사에 내년 중 시도될 포스코건설 상장과 중소형 IPO들까지 고려하면 지금 시장 규모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외투자자들에게 기대를 하기도 힘들다. 내년 상반기 중엔 국내 3개 생보사 외에도 홍콩·중국·일본의 대형 생보사들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해외투자자들의 시선이 분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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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아시아 최대 빅딜로 평가되는 홍콩 AIA생명이 내년 1분기 상장을 목표로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또 중국 3위 생보사인 태평양생명과 일본 2위 생보사인 다이이치생명도 내년 중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3개 생보사가 직·간접적인 협의를 통해 상장 시점에 일정한 간격을 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꺼번에 시장에 나왔다간 공멸하거나 승자-패자로 명암이 갈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서로 부담스러운 상황은 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에 따른 부담과 시장 변수 때문에 3개 생보사가 내년 5~6월에 동시에 공모에 들어가긴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며 "업계 1위라는 프리미엄을 가진 삼성생명이 제일 먼저 치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줄곧 부인하던 삼성생명이 갑작스럽게 상장 시점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란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대형 IPO 공모에 따른 시장의 '소화불량' 우려를 해소해 줄 적임자로 연기금을 꼽고 있다. 연기금은 주식 시장의 큰 손으로 꼽히면서도 그간 안정성 등을 이유로 IPO 참여를 꺼려 왔다. 이 연기금들이 대형 생보사 상장을 계기로 공모주 시장에 뛰어든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연기금의 IPO 참여를 바라긴 힘들다. 대형연기금 주식운용팀 관계자는 "연기금의 경우 투자심의위원회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공모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며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다 하더라도 청약경쟁률이 높아 배정 받는 주식이 적다면 참여에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