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잇따르는 인도연기·선종변경 요청에 '울상'

머니투데이 장웅조 기자 2009.10.1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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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업체들이 선박 발주자들로부터 쇄도하는 인도연기·선종변경 요청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위기로 자금줄이 마르는 선주사들이 당장의 지출을 줄이는 쪽으로 계약을 변경해달라고 거듭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영국의 조선해운전문지 로이드리스트는 대한해운이 현대중공업 (198,300원 ▲7,300 +3.82%)에 발주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에 대해 계약변경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한 척은 대형 건화물선으로 바꿔 건조해 1년 뒤에 인도하고, 다른 한 척은 인도 시점을 2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VLCC 2척은 모두 내년 10월에 인도될 예정이었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현재 현대중공업과 협의 중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경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현대중공업이 손해를 보게 된다. 인도가 늦어지면 잔금 수주가 늦어지는 데다, 선종이 VLCC에서 건화물선으로 바뀌게 되면 선가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리스 선사 피닉스도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유조선 2척의 크기를 변경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드리스트는 8일 피닉스가 지난해에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수에즈막스급 선박을 그보다 작은 아프라막스급 선박으로 변경하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조선해운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에서 인도를 연기한 선박 물량이 속속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2010년 인도될 선박량이 작년말에는 567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였지만, 올해 8월 기준으로 582만CGT로 15만톤(2.6%) 늘었다. 현대중공업이 올해 수주한 상선이 한척도 없는데 인도할 물량이 늘었다는 것은 인도시점이 연기됐음을 시사한다.

대우조선해양 (32,750원 ▲1,150 +3.64%)의 경우도 내년에 인도할 물량이 작년 말보다 17만CGT 늘어난 381만CGT를 기록하고 있으며, 삼성중공업 (10,630원 ▲130 +1.24%)도 2만CGT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거듭되는 선사들의 인도연기 요청은 국제적으로 해운업의 위기가 조선업으로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해운경기가 살아나기 전까지는 인도연기나 선종변경 등의 요구를 계속 보게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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