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애널들 삼성電 실적전망 되짚어 보니...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9.10.0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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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기자의 財界 '냉정과 열정 사이']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가 6일 사상 최고 분기 실적을 내놨다. 한국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기록은 한국 산업사의 새 역사들이다.

한 분기에 4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기업은 한국 산업사에 없다. 올 3분기에도 큰 족적을 남긴 셈이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가 신통치 않게 움직이자 또 입방아들이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정점을 찍었고 이제 내려갈 길만 남았느니, 마케팅비나 성과급 등의 회계처리적 문제가 불명확해 4분기에 대한 기대를 유보한다느니 하는 얘기가 들린다.

어쩌면 주가 측면에서 보면 영화 '친구'의 '마이 묵었다아이가...'라는 대사처럼 실적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삼성전자라는 말(馬)에서 이제 적절한 투자수익을 남기고 내리고 싶은 마음에 던지는 얘기들일지도 모른다.



실적호전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 떨어질 시점이라는 이유를 내놓는다면 그냥 들어줄 만하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실적이 이제는 내리막길만 남았다느니, 기대할 게 없다느니 하는 등 주식을 팔기 위한 변명을 내놓은 것은 썩 설득력 있어 보이지 않는다.

8개월 전으로 되돌아가 보자. 올 초 국내 대부분 애널리스트들은 부정적인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을 내놨다. 기사 참조 "한명은 옷 벗겠네, 삼성 6.4조 틀려"

너나없이 내놓은 실적 전망은 천양지차에 중구난방이었지만 방향은 하향곡선 한 방향이었다. 하물며 워스트 케이스와 베스트 케이스의 영업이익 전망치 차이가 6조 4000억원까지 났다. 가장 좋게 본 증권사도 기껏 4조 1000억원 정도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삼성전자가 3분기 한분기만 4조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3분기까지 영업이익 총계는 벌써 7조원에 달한다. 올해 2조3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이라고 소리 높여 전망했던 외국계 증권사는 또 어떤 변명과 이유를 댈까.

3분기 추정치까지 나온 시점에서 올 초 이들의 예상 답안지를 보면 민망하기 짝이 없다. 이제 증시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말은 애널리스트들이 "내가 너무 낮게 평가했구나"라는 뜻이고, 어닝쇼크는 "내가 너무 좋게 전망했었구나"의 다른 표현으로 통한다.



'시장은 시시각각 늘 변하는 생물'이라 그 변화를 정확히 전망하기 힘들다는 '변명'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너무 빗나가버린 전망들에 대해 변명을 댈 말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그래서 간혹 증시에선 '원숭이나 앵무새'와 '투자의 고수'들과의 주식 수익률 대회를 열어 일반 투자자들에게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의 역할을 각인시키는 지도 모른다. 주식투자 수익률 게임에서 항상 원숭이나 앵무새가 승리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 믿지는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까.

지금 해야 할 일은 전세계 기업들이 죽을 쑤고 있는 와중에도 한국 기업 삼성이 건국 이래 최대 분기실적을 낸 것을 축하하고 더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도록 격려하는 일이다.



물론 그 일이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들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정히 축하는 못하겠다면 올 초 내놨던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 숫자들을 보며 어떤 부분의 맥을 잘못 짚었는지를 되새기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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