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뎀, 명품족!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2009.10.0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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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우리시대의 진정한 명품이란…

갓 뎀, 명품족!


공자 말씀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있다. 지나친 것은 못 미친것과 같다는 뜻이다. 그리스 속담에도 있다. 'Nothing too much, no excess.' 지나치면 안 된다는 뜻이다. 반세기 전만해도 '우묵한' 어린이를 더 미더워했다. TV 카메라를 갖다 대면 그때 어린이들은 수줍게 한마디 했다.

요즘 애들은 카메라 렌즈에 얼굴을 들이민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브이(V)자로 흔들면서 모두 두서없이 소리를 질러 댄다. 너무 발라당 까졌다. 사려깊기보다는 말이 앞선다.



반세기 전만해도 "말 많으면 빨갱이!" "청산유수면 예수쟁이!"라는 말이 돌았다. 극단주의를 경계했고 강요하는 말보다 실천에 따라 스며드는 감화를 중시했다. 요즘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온갖 이벤트로 유난을 떨지 않아도 오래 갔다.

또 차별화와 선명보다는 화(和)에 무게를 뒀다. 나(ego)보다는 관계(relation)와 공존을 추구했다. 허풍보다는 내실을 따졌다. 돈보다는 인간을 우선했다. 물론 그때도 인간을 우선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에 가까이 하려는 노력은 했다. 요즘처럼 까놓고 허영과 사치와 돈을 탐내지 않았다.



◇부자와 명문가를 혼동해서는 안돼

반세기 전만 해도 부잣집과 명문가를 혼동하지 않았다. 영국의 명문가 자제들은 전쟁이 나면 제일 먼저 군입대를 한다고 한다. 많은 한국 재벌가 아들들이 38선 같은 일선에서 군복무를 성실히 마쳤다는 소문을 들어보지 못했다. 명문가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사회적 헌신을 다할 때 국민들이 마음으로부터 붙여주는 영예로운 호칭이다.

코리아 에어텍의 김재년 사장은 서울상대와 한국은행의 엘리트 출신이면서도 조용한 오너 리더십의 표본이다. 조용한 리더십이란 그가 사장인지 아닌지 도무지 티가 나지 않고 매스컴을 멀리할 뿐만 아니라 정말 소리 없이 오랜 세월 좋은 일에 돈을 쓴다는 뜻이다.


그의 증조부는 일찍이 자결로써 한일 합방에 저항했다. 조부는 일본이 주는 귀족 작위와 부를 거절했고 벼슬길조차 버렸다. 부친이 바로 훈민정음 서체를 창안한 서예대가인 고 일중 김충현(一中 金忠顯) 선생이다. 필자의 서예 스승이기도 하다. 이런 가문을 명문가라 한다. 많은 조선시대 명문가들도 그랬다.

반세기 전만해도 연예인을 감히 공인이라 하지 않았다. 공인은 사전에 있는 것처럼 '국가나 사회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귀족작위까지 받은 영국의 연극인이자 영화배우인 로렌스 올리비에에게도 공인이라 하지 않았다. 인기인일 뿐이다.

◇벼락부자, 조폭간부, 연예인들 명품에 환장

물론 연예인의 철부지들에 대한 영향력을 생각하면 공인답게 사회적 헌신을 하겠다는 마음을 마다하지는 않는다. 하긴 대통령들도 돈 해먹고 감옥 가는 판이다. 쩍하면 자서전을 낸 후 감옥에 가거나 지식인을 시켜 경영업적을 미화시킨 책을 낸 후 재벌들이 검찰에 끌려 다니는 세상이다.

얼마 전 부자학 세미나에서 재일동포 2세가 일본부자와 한국부자를 비교한 보도가 있었다. "벼락부자나 조폭간부, 연예인 등이 너도나도 고급 외제차를 타고 명품백을 들고 다니며 있는 티를 내는 통에 정작 진짜 일본부자들은 그런 소비를 그만 뒀다. 한국부자들은 아직도 명품을 좋아한다."

고급 외제차를 난폭하게 모는 강남도로의 애송이들을 보면 뉘집 자식인지 걱정이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그의 저서 '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에서 '명품 삶에서 명품은 없다'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명품'같은 이념은 없다. '좌빨(진보좌파 빨갱이)'과 '우꼴(우파 꼴통보수)' 모두에 속지 않는 게 중도실용ㆍ통합이다.

시장경제를 보는 눈도 한층 깊고 넓어져야 한다. 죽은 시체를 파먹듯 하이에나 같은 펀드자본주의, 돈놀이의 귀재 조지 소로스를 영웅시해선 안 된다. 노사 리더들의 삶이 명품이 되어야 노사화합이 있다. 일테면 장애인고용에 애쓰는 이케이 맨파워의 김동규 사장의 경우와 같다. 그게 중도실용ㆍ통합이다.(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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