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세이]"그러면 너는 '여자'냐?"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2009.09.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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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그러면 너는 '여자'냐?"


어느날, 한 미국인 여제자가 숭산(崇山) 큰 스님께 질문을 드렸다.

"큰 스님, 한국불교사상 여선사(女禪師)가 있습니까?" "없어, 없어. 물론 없지!"

큰 스님께서 재빨리 대답하셨다. 제자는 큰 스님의 대답에 큰 충격을 받았다. 평소 큰스님께서는 남녀 차별 없이 제자들을 평등하게 대하셨다. 그리고 몇 명의 여제자에게는 선을 지도할 수 있는 인가(印可)도 내리셨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시다니! 말도 안돼!' 잠시 후 제자는 더듬거리며 큰스님께 다시 여쭈었다. "무슨 이유입니까?" 옅은 미소를 띤 큰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여자는 성불하지 못하거든!" 믿을 수 없는 말씀이었다.

"큰스님, 수년간 큰스님 밑에서 수행해 왔습니다." 제자가 말했다. "큰스님께서는 늘 저희에게 100퍼센트 자신의 참나를 믿으라고 가르쳐 오셨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지금 와서 여자는 성불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큰스님께서 제자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그러면 너는 '여자'냐?" 말씀이 서서히 녹아드는 동안 제자의 얼굴에는 감사의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이상은 현각스님이 그의 스승 숭산스님의 가르침을 엮은 책 '부처를 쏴라'에 나온 단문이다. 현각스님은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로 벽안의 글로벌 스님이다.

◇21세기에 주목할 사실은 여자들의 사회참여


몇해전 월드컵은 가히 범국민적인 이벤트였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대체로 집안에서 있었을 주부조차 유모차를 끌고 나왔다. 남편과 함께 광장에 나와 함성을 질러댔다. 촛불시위 때도 애틋한 주인공 역시 어린 여학생들이었다. 또 2, 30대들의 대선투표에서도 남녀가 따로 없었다. 그만큼 어느 때보다 여자들의 참여가 컸다. 따지고 보면 여자의 등장과 참여는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 새삼 놀라는 것은 그만큼 세상 변화에 둔감한 때문이다. 트랜드(Trend)를 연구하는 세계적 석학 존 나이스비트의 지적을 빌리지 않더라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여자의 득세를 낳았다.

때문에 CEO는 여자에 대하여 통달해야 한다. 오래 전부터 유태인 지혜의 서(書)인 탈무드에서도 귀띔해주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여자를 알고 활용하라" 오래전 '일본은 없다'와 '대한민국은 있다'의 저자 전여옥씨를 필자가 운영하는 'CEO를 위한 독서토론회'에 초청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여성 인력을 활용하지 않는 기업인, '떼거리즘'에 물든 오피니언 리더들을 특유의 독설로 강하게 비판했다. CEO들이 난처하게 반응을 보인 부문은 여성인력활용 부문이었다.

◇중간이 아닌 새로운 중도(中道)를 창조해야

여자를 중용하고 싶지만 아직도 결혼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두는 아마추어리즘 경향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직원을 대할 때 성별을 구분해서 보는 시각부터 고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문했다. (이해익 저 ‘한국CEO의 조건’에서)

한국에서는 아직도 여자들이 사회활동 하는데 벽은 높은 편이다. 이런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벽을 뚫고 일어서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여성 경영인들이 여럿이어서 희망을 느낀다.

'나는 고급 두뇌를 사냥하는 여자'의 저자인 유앤파트너즈의 유순신 대표나 '사장이 직원을 먹여 살릴까 직원이 사장을 먹여 살릴까'의 저자 인코칭의 홍의숙 대표가 그들이다. 또 세계적 케이블회사인 넥상스 코리아의 홍보담당 여성임원 여혜란 이사도 탁월한 글로벌 비즈니스 맨(?)이다. 일처리 솜씨가 산뜻하다.

21세기는 남녀 구별의 시대가 아니다. 음양을 뛰어 넘고 정(正)과 반(反)을 뛰어 넘는 합(合)의 세계다. 중간이 아닌 새로운 중도(中道)를 창조하는 시대다. 갈등은 사라지고 통합의 시대가 있을 뿐이다!(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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