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파란만장' 1년 "도약만…"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09.09.2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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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출범 1주년, 성장잠재력 가동 주목

KB금융 (83,600원 ▲1,100 +1.33%)지주가 오는 29일로 출범 1년을 맞는다. 지난 1년은 말 그대로 '파란만장'했다. 출발도 순탄치 않았고, 예상 밖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KB금융은 생존에 매달리며 지주사 체제 정비에 주력해야 했다. 선장이 중도하차하는 일도 벌어졌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 계열사 간 통합 시너지가 본격화되고, 자금력도 풍부해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국내 최대 규모의 금융지주라는 명성에 걸맞게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새로운 지배구조를 빠른 시간 안에 정착시키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



◇'마지노선' 15%를 지켜라= 지난해 8월 지주회사 출범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국민은행은 '주가'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지주사 전환 전제 조건이 발목을 잡았다. 주식매수청구가격은 6만3292원. 이 가격과 주가의 괴리가 클수록 지주사 전환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였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비율을 발행 주식의 15% 이내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8월 지주사 전화 결의가 이뤄진 뒤부터 주가 부양을 위한 피 말리는 싸움이 시작됐다. 9월 2일 주가는 5만5900원. 주식매수청구 가격보다 7393원이나 낮았다. 9월 위기설 등으로 흉흉한 분위기 속에 코스피지수가 연일 연중 최저치로 주저앉은 영향이 컸다.



자사주 매입에 1조 원 가량을 투입했지만, 주가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황영기 회장과 김중회 사장조차 "재수를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회고할 정도로 분위기가 긴박했다. KB금융 관계자는 "하루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울고 웃으며 9월 한 달을 보냈다"고 말했다. 결국 시장과의 약속이 중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주가 방어에 전력을 다했다.

다행히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식수가 전체 발행 주식의 11.38%에 그쳤다. 총 2조4200억 원 규모였다. 자사주 매입비용 등을 포함해 총 3조4000억 원이 지주사 전환 작업에 들어갔다. 어렵게 KB금융은 지난해 9월 29일 공식 출범했다. 우리, 하나, 신한금융지주에 이어 은행권에서 4번째였다.

◇도상연습의 1년= '비은행 부문 강화'. KB금융이 출범 후 최대 과제로 꼽았던 과제였다. 자산 구조는 국내 최대라는 수식어와 어울리지 않게 은행에 지나치게 쏠린 때문이었다. 황 회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형 금융지주회사와의 대등 합병'까지 제시했다. 그 대상으로 외환은행·증권·보험사 등이 거론되면서 KB금융은 금융권 인수·합병(M&A)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실탄도 충분했다.


그 꿈이 꺾인 것은 한순간 이었다. 예상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쓰나미가 닥친 것이다. 성장 전략이 생존 전략으로 바뀌었다.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을 끌어올리라는 금융당국의 엄명이 떨어졌다. M&A는 '배부른' 소리로 여겨졌고, 후순위채 발행과 증자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결과 BIS 비율은 지난해 9월 말 9.54%에서 지난 23일 현재 12.77%까지 뛰었다. 자기자본비율도 7.33%에서 9.03%로 상승했다.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높은 자본안정성을 확보했다.

이렇게 생존만 외치다 보니 자산 포트폴리오 개선이라는 당초 전략은 뒤로 밀렸다. KB금융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등 오로지 내부 관리에만 집중했다"며 "상당히 많은 물건에 대한 서류만 들여다보는 등 M&A는 계속 '도상연습'만 하다 끝난 1년 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졌고, 충분한 실탄을 확보하고 있는 KB금융의 운신의 폭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지금은 인수할 매물이 마땅치 않다. 증시가 달아 오르며 증권사의 몸값은 더욱 높아졌다. 인수 대상 보험사 이름도 오르내리지만 딱히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뜻하지 않게 선장도 잃게 됐다. 황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시절 투자했던 파생상품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풍부한 '실탄' 충분한 '잠재력= KB금융은 지난 1년 계열사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그룹 차원에서 선보인 복합 상품 'KB Plustar통장'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출시 이후 27만좌를 넘는 실적을 냈다. 7월에는 은행과 증권자산을 동시에 조회할 수 있는 '통합계좌서비스'도 내놨다.

올해는 통합 시너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계열사로 운영하던 IT센터도 여의도 국민은행 센터로 이전해 통합했고, 계열사 고객정보를 통합관리하거나 공유할 수 있도록 'CRM마트'도 구축한다. 계열사별로 운영되는 우대고객제도는 물론 IT전산기기 등 각종 구매절차도 통합한다. 이 같은 각종 시너지 프로그램은 올 하반기 이후 본격 가동될 것으로 KB금융은 기대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모든 악재는 다 나왔다"며 자신감을 내비췄다. 신한금융지주에 비해 열세를 보이고 있는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일이 숙제로 남았지만,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

사실 금융지주 중 KB금융처럼 현금을 쌓아 놓은 곳이 없다. 최근 1조 원 가량을 증자했고, 자사주를 팔면 3조원 가까이 생긴다. 손에 대략 4조 원의 현금을 쥐고 있는 셈이다. 언제든 인수를 통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만 새로운 지배구조를 빠른 시일 내 안정시키는 것이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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