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이재용 전무가 지적한 '환율'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9.09.1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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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하락, 수출 주도주에 대한 심리적 부담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 전무가 최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IT제품 전시회인 'IFA 2009'에서 기자들과 만나 간단히 인터뷰를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무는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 전망을 묻는 질문에 "상반기에는 실적이 좋았지만, 하반기에는 환율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경기의 회복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다소 의례적인 답변을 할 법 했지만 이 전무는 하반기 실적과 관련한 변수로 '환율'을 꼽았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환율 수혜주로 평가받는 것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여왔다. 환율 상승으로 인해 원화 환산 매출액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달러로 지급되는 비용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환율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얘기였다. 또 실적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 자체가 감소한 상황에서 환율 효과는 크지 않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전무의 발언은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환율'을 실적과 관련해서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는 모습이다. 5일 연속 하락세다. 한동안 1240원대에서 꿈쩍 않던 환율은 5일만에 20원이 떨어지며 어느새 1227원까지 내려왔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표적인 수출주는 그동안 원화 약세의 수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금융위기 동안 전세계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환율이 이처럼 계속 하락하면 이같은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엔화 강세가 지속되는 한 원화 강세로 인한 악영향은 어느 정도 상쇄될 수 있다. IT나 자동차와 같은 우리 대표 수출기업의 주 경쟁상대가 일본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또 1200원대의 환율은 과거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환율 하락 속도와 이에 따른 심리적인 위협이다. 환율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떨어질 경우 국내 대표 수출주들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줄 수 있다. 최근 주가 급등에 따른 부담감, 4분기 이후 실적 개선 폭 둔화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환율마저 가파르게 하락한다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IT와 자동차의 향후 실적에 대해 약간의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이 빠르게 떨어진다면 단기적인 차익 실현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통화(엔화) 강세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최근 수출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IT, 자동차업종에 대한 모멘텀 훼손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IT, 자동차 주가의 상승 동력 중 하나가 환율이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약화시킬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수익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주도주들의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면 시장 평균 이상으로 확대한 주도주의 비중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들도 나온다.

달러값은 전날 미국 시장에서 또 약세를 보이며 1년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하반기 들어 경상수지 흑자폭의 둔화, 외국인 주식 매수세 둔화, 당국의 개입 경계감으로 인해 환율이 1220선을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적지 않지만 최근 원화 강세의 원인이 달러화 약세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의 추가 하락 압력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당분간 환율의 움직임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네마녀, 심술 부릴까= 오늘(10일)은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이다. 9월 금융통화위원회도 열린다. 금통위는 금리 동결이 거의 확실시된다. 이성태 총재의 입에 시장이 주목하겠지만 출구전략과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발언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이 때문에 지난 8월과 마찬가지로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른바 '네 마녀'가 심술을 부릴까 하는 여부다. 파생시장 전문가들의 대부분 의견은 '큰 영향은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매수 우위 상황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고 매도 우위 상황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두 경우 모두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들이다.

다만 찜찜한 구석도 있다. 매도 계약을 쌓아놓고 있는 외국인들의 매도 롤오버가 예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다. 대우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6월 만기 때 롤오버 된 매도 물량과 9월물에 신규로 설정된 매도 계약을 합치면 외국인들의 포지션은 약 5만4000계약의 순매도다. 외국인들의 선물 매도는 현물에 대한 헷지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현물을 대량 매수한 외국인은 이 매도 계약의 상당 부분을 롤오버해야 한다. 하지만 전일까지 누적된 외국인들의 롤오버 물량은 아직 2만3000계약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오늘도 롤오버 물량이 나오겠지만 그 폭이 미미하다면 일부는 청산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고 이는 상응하는 현물 매도로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오늘 종가에 비차익매도를 통해 현물 매도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장중 외국인들의 롤오버 여부를 주목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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