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아침부터 직원들은 금융위의 정례회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 세웠다. 당초 오후 2시에 회의를 열고, 4시에 결과 브리핑이 예정됐으나 발표시간이 계속 미뤄졌다.
물론 '이변'을 기대하는 직원은 많지 않았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지난 3일 금감원의 징계 수위가 금융위서 뒤바뀔 가능성은 희박해서다. 하지만 속내는 씁쓸할 수밖에 없다.
형식상으로는 황 회장의 현직과는 무관하다. '직무 정지'는 우리금융지주 회장 및 우리은행장으로서의 직무를 정지한다는 뜻이다. 황 회장은 이미 우리금융을 떠났다.
다만 이번 제재로 황 회장은 오는 2011년 9월 임기 만료 후 연임이 불가능하다. 현직 수행엔 문제가 없으나 명예가 생명인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0)로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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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M&A 작업도 일단 '스톱'될 공산이 크다. KB금융은 이미 1조원 실탄을 마련, 기회가 되는대로 증권사와 보험사를 인수할 방침이었다. 직원들이 황 회장 거취 표명에 이목을 집중하는 이유다.
황 회장은 "옳고 그름을 떠나 그동안 심려를 끼친 점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금융위 결정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심사숙고한 뒤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가 자진 사퇴를 결정하든, 금융위에 재심이나 행정 소송을 준비하든 당분간 KB지주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