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값에 팔아주세요", 매수문의는 '뚝'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전예진 기자 2009.09.0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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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I 확대 적용 첫날, 부동산시장 "썰렁"

#경기 분당 서현동에 거주하는 윤지훈(42, 가명)씨는 지난 주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확대 소식을 듣고 얼마 전 내놨던 집을 서둘러 팔았다. 최근 분당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있던 터라 느긋하게 기다리며 좋은 가격에 팔 생각이었지만 DTI 규제가 나오면서 매수가 뜸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바꾼 것이다.

"적당한 값에 팔아주세요", 매수문의는 '뚝'


정부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으로 DTI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부동산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DTI 확대 시행 첫날인 7일 주요 아파트 단지 중개업소에는 거래가 끊긴 채 매수문의조차 사라졌다.



강남 재건축단지와 달리 DTI 규제를 받지 않아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강동 재건축아파트나 전셋값 상승으로 인한 매매 수요가 몰린 강북 일부 지역의 경우 DTI 확대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분당·용인 등 최근 집값이 많이 올랐던 경기 일대도 DTI 규제로 인한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강북 "전세 급등, 대출은 막혀...어쩌나"=이번 DTI규제 확대로 노원, 도봉, 강북 등 이른바 '노도강' 지역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들 지역은 그동안 DTI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데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학군 수요, 신혼부부들의 매수문의가 꾸준했다. 특히 최근에는 급등한 전세가격 영향으로 아예 대출을 받아 매입하려던 수요자들도 많았으나 DTI 규제로 한발짝 물러선 모습이다.

도봉구 K부동산 관계자는 "전셋값이 전체적으로 오르면서 아예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 때문에 매매가도 덩달아 올랐지만 대출이 묶이자 망설이는 사람이 많다"며 "이제는 무리해서 집을 사려는 사람도 없고 보금자리주택 등 저렴한 집이나 신규 분양 쪽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 대림공인 김영준 대표는 "6월까지 거래가 좀 이뤄지다가 가격이 오르면서 7월부터는 사려는 사람도 줄고 한산하다"며 "앞으로 거래량이 더 줄어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

상반기 큰 폭으로 올랐던 강동 지역은 호가를 낮춘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매수세가 줄면서 마음이 급해진 매도자들의 문의도 있다. 강일동 실로암부동산 양원규 사장은 "더 오를 것 같아 기다렸던 매도자들이 1000만원 정도 낮춰서 내놓으면 팔리냐는 문의가 왔다"며 "재건축 매수문의가 뚝 끊기자 매도자들이 타이밍을 놓치기 싫어 가격을 내려서라도 팔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강동의 경우 DTI규제 강화 이야기가 나왔던 지난주부터 매수세가 사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강동 재건축 아파트값이 한차례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분당·용인 매수 문의 '뚝', 강남도 심리적 위축=분당, 용인 등 경기지역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분당 서현동 해내밀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집을 내놓고도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계약 체결을 머뭇하던 매도자들이 DTI 확대 발표로 태도를 바꿨다"며 "최근 호가는 높아졌지만 거래는 뜸한 상태였는데 정부 규제로 매수 문의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DTI 규제로 인해 급격한 가격 하락이 나타나진 않겠지만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2/4분기 이후 나타났던 가파른 상승세가 나타나길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현동 삼성한신아파트 전용 85㎡ 매매가격은 현재 7억원 선으로 올 초에 비해 1억원 가격 상승했다.

용인 성복동 미래공인 관계자는 "최근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매수 문의가 종종 이어졌으나 오늘은 너무 조용하다"며 "당분간은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 관망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기존에 DTI 적용을 받아온 강남의 경우 이번 조치로 실질적인 영향은 없지만 심리적으로 상당 부분 위축돼 있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개포 주공 1단지 인근 수정공인 관계자는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 구입자 자금출처 조사에 이어 DTI 확대 적용 등 정부의 집값 안정 의지가 뚜렷해 추후 어떤 규제가 또 나올지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이라며 "매수세가 주춤하면서 전용 42㎡의 경우 호가가 1000만원 정도 낮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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