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투입기관에 대한 감독 소홀의 책임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기 따른 불가피한 손실 책임을 과거 최고경영자(CEO)에게만 가혹하게 물은 탓이다. 황 회장의 반격 카드와 그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금융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금융권이 금융당국의 결정이 너무 과하다고 보는 이유다. 나아가 KB금융은 물론 금융권 전체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가의 변양호 신드롬처럼 금융권에도 이른바 '황영기 신드롬'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투자 결과만 놓고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는다면 앞으로 경영진들이 고위험 상품보다 안전 자산에만 매달릴 것"이라며 "앞으로 M&A, 구조조정, 해외시장 개척 등 중대한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KB지주 성장 전략 차질= KB금융의 경영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KB금융은 출범 1년 만에 황 회장 주도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등 지주사로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증권·보험사 인수를 의욕적으로 추진했고, KB금융은 M&A 업계의 핵심의 눈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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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황 회장 징계라는 암초가 나타났다. 법적으로 현직 유지에 문제는 없지만, KB금융은 이사회 권한이 막강하다. 연임이 불가능해 황 회장의 입지가 좁아지면 각종 경영 전략의 추진력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황 회장은 평소 국민은행에 치중된 자산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KB금융의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될 수 없다며 증권 보험사 인수를 통한 비은행 부분의 강화를 강조했다"며 "황 회장 입지가 흔들리면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이 답보를 보이며 지주 전체 성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EO로서의 평판과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된 만큼 황 회장이 스스로 사의를 표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B금융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KB금융은 황 회장이 비은행 부문을, 강정원 행장이 은행 사업 부문을, 김중회 사장이 그룹 지원을 맡고 있다.
◇행동반경 축소된 황 회장 거취는= 황 회장은 정상적으로 업무를 소화하며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KB지주 관계자는 "제재 양정이 구형된 것일 뿐 선고된 것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금융위가 제재 수위를 확정한 뒤에야 황 회장의 입장 표명이 있을 거란 의미다.
하지만 황 회장이 커낼 카드는 마땅치 않다. 현직 유지에 문제는 없지만, 징계 안이 최종 확정되면 사퇴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제재의 부당함을 행정 소송을 통해 가릴 수도 있다. 황 회장 성격상 조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회장직을 버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임 후 명예회복을 위해 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