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아, 나로호!' 긴장과 탄식의 하루

고흥(전남)=최종일 기자 2009.08.2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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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나로우주센터의 긴박했던 모습

19일 한반도의 끝자락,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 있는 나로우주센터에서는 19일 평소와 다른 분위기가 가득했다. 이날 오후 5시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 발사가 예정돼 있다.

여수공항에서 차량으로 2시간. 나로우주센터에 들어서는 마을 어귀엔 발사 성공을 기원하는 현수막과 그림들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주민들의 표정에선 들뜬 표정이 감지됐다.



마을에 들어서자 주민들 이외에는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사전 출입을 허가받은 사람들도 수차례 검문소를 통과해야 우주센터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다.
▲ 나로우주센터 관계자들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을 하고 있다.▲ 나로우주센터 관계자들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을 하고 있다.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테러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보안과 경계관련 15개 기관, 총 1900여 명이 투입됐다고 한다. 군복을 입은 안전요원의 모습은 우주센터 내에서도 쉽게 눈에 띄었다.

센터 한 켠에선 엄숙한 분위기도 묻어났다. 전날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센터 내에 조기가 게양되고, 우주과학관 앞에는 분양소가 마련됐다. 우주센터 스태프들이 고인의 명복을 비는 모습이 보였다.



오후 1시를 넘어서면서 발사 시각이 최종 결정되자,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수차례 발사 일정이 연기됐던 데다, 첫 발사에 대한 부담감으로 비장함이 감돌기도 했다.

오후 1시30분 브리핑에서 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성공 확률을 묻는 질문에 "기술진이 지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그 다음부터는 하늘이 도와야 한다"고 짧게 답했다.

발사 두 시간을 남겨둔 오후 3시. 연료 충전이 시작되며 본격적인 발사 운용에 돌입하자 나로우주센터 내에선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발사지휘통제센터뿐 아니라 내외신 100여 명의 취재진이 운집한 우주과학관 내 프레스센터도 마찬가지였다.


'연료 충전 완료...기립장치 분리...발사 최종 승인....'
일련의 발사 준비 과정이 순식간에 진행됐다.
▲ 나로우주센터 내 MDC의 모습▲ 나로우주센터 내 MDC의 모습
발사를 총괄지휘하는 발사지휘센터(MDC) 내에서는 그 순간, 어느 곳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20여 명의 연구원들 뒤에는 발사총괄 책임자인 조광래 발사체연구본부장이 앉아있었다.

발사 시간이 다가자 정계, 과학계, 러시아 관계자 등 130여 명이 통제동을 찾았다. 한승수 국무총리와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해 안병만 교과부 장관, 이종걸 교과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4시 43분. "여기는 MDC입니다. 모든 발사 준비가 완료됐습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이분 뒤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프레스센터 내의 모든 시선은 텔레비전 화면에 집중됐다. 일부는 밖으로 나가 발사대가 설치돼 있는 곳을 보며 발사체의 비상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카운트다운이 돌연 7분 56초에서 멈춘 채 깜빡였다. 시계는 4시 5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MDC 내에서는 조광래 본부장이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어 5시,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입을 열었다. "중간에 기술적 부분이 파악이 안 돼서 지금 확인 중입니다."

발사 장면을 참관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각계 인사들에게서는 당황하는 표정이 보였다.

곧 이어 참관석 대상으로 설명이 진행됐다. 한 총리는 왼쪽 검지를 이마에 댄 채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일부 인사의 표정은 상당히 굳어 있었다.



그 즈음, 조용하던 프레스센터 역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중단 원인에 대해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고압탱크의 압력이상이 문제의 원인으로 전해졌다. "오늘 재발사는 힘들다"고 항우연 원장이 밝히자, 어리둥절함은 허탈함으로 바뀌었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졌다.
▲ 나로호 중지 관련 브리핑. 이상목 교과부 과학기술정책실장(좌측 첫번째)과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가운데), 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 원장▲ 나로호 중지 관련 브리핑. 이상목 교과부 과학기술정책실장(좌측 첫번째)과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가운데), 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 원장
한 시간 정도 지나 진행된 카운트다운 관련 브리핑.

교과부와 항우연 측은 "발사연기는 2006년 3월 아리안5호도 3차례, 2009년 7월 엔데버호도 6차례 연기된 바 있다"며 "실패가 아니라 연기다. 다음 번 발사시 꼭 성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탄식은 열띤 취재 열기 속에서 묻혔다. 지휘통제센터를 가득 메웠던 각계 인사들이 연구진을 향해 "힘내라"며 격려한 뒤 MDC를 떠나는 모습이 텔레비전에 비쳐줬다.

일곱번째 연기. 칠전팔기? 우주를 향하는 비상하는 나로호의 모습을 다음엔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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