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공항에서 차량으로 2시간. 나로우주센터에 들어서는 마을 어귀엔 발사 성공을 기원하는 현수막과 그림들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주민들의 표정에선 들뜬 표정이 감지됐다.
▲ 나로우주센터 관계자들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을 하고 있다.
센터 한 켠에선 엄숙한 분위기도 묻어났다. 전날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센터 내에 조기가 게양되고, 우주과학관 앞에는 분양소가 마련됐다. 우주센터 스태프들이 고인의 명복을 비는 모습이 보였다.
오후 1시30분 브리핑에서 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성공 확률을 묻는 질문에 "기술진이 지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그 다음부터는 하늘이 도와야 한다"고 짧게 답했다.
발사 두 시간을 남겨둔 오후 3시. 연료 충전이 시작되며 본격적인 발사 운용에 돌입하자 나로우주센터 내에선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발사지휘통제센터뿐 아니라 내외신 100여 명의 취재진이 운집한 우주과학관 내 프레스센터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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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 충전 완료...기립장치 분리...발사 최종 승인....'
일련의 발사 준비 과정이 순식간에 진행됐다.
▲ 나로우주센터 내 MDC의 모습
발사 시간이 다가자 정계, 과학계, 러시아 관계자 등 130여 명이 통제동을 찾았다. 한승수 국무총리와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해 안병만 교과부 장관, 이종걸 교과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4시 43분. "여기는 MDC입니다. 모든 발사 준비가 완료됐습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이분 뒤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프레스센터 내의 모든 시선은 텔레비전 화면에 집중됐다. 일부는 밖으로 나가 발사대가 설치돼 있는 곳을 보며 발사체의 비상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카운트다운이 돌연 7분 56초에서 멈춘 채 깜빡였다. 시계는 4시 5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MDC 내에서는 조광래 본부장이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어 5시,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입을 열었다. "중간에 기술적 부분이 파악이 안 돼서 지금 확인 중입니다."
발사 장면을 참관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각계 인사들에게서는 당황하는 표정이 보였다.
곧 이어 참관석 대상으로 설명이 진행됐다. 한 총리는 왼쪽 검지를 이마에 댄 채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일부 인사의 표정은 상당히 굳어 있었다.
그 즈음, 조용하던 프레스센터 역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중단 원인에 대해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고압탱크의 압력이상이 문제의 원인으로 전해졌다. "오늘 재발사는 힘들다"고 항우연 원장이 밝히자, 어리둥절함은 허탈함으로 바뀌었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졌다.
▲ 나로호 중지 관련 브리핑. 이상목 교과부 과학기술정책실장(좌측 첫번째)과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가운데), 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 원장
교과부와 항우연 측은 "발사연기는 2006년 3월 아리안5호도 3차례, 2009년 7월 엔데버호도 6차례 연기된 바 있다"며 "실패가 아니라 연기다. 다음 번 발사시 꼭 성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탄식은 열띤 취재 열기 속에서 묻혔다. 지휘통제센터를 가득 메웠던 각계 인사들이 연구진을 향해 "힘내라"며 격려한 뒤 MDC를 떠나는 모습이 텔레비전에 비쳐줬다.
일곱번째 연기. 칠전팔기? 우주를 향하는 비상하는 나로호의 모습을 다음엔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