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LA와 뉴욕에서 본 집값 거품의 끝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9.08.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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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LA와 뉴욕에서 본 집값 거품의 끝


# 장면 1. LA 국제공항 입국장. 말끔한 캐주얼 차림의 한 백인 남성이 다가온다. "뭐 도와드릴까요?" 별 생각 없이 유나이티드항공 국내선 터미널을 찾는다고 하자 익숙한 솜씨로 지도까지 보여주며 길을 설명해준다.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가려고 하자 갑자기 "기부를 받고 있는데 20달러만 내는 게 어떠냐?"고 한다. 순간 아차 싶었지만 고마운 마음에 10달러로 합의를 봤다. 잠시 후 또 다른 사람이 다가오더니 대뜸 책을 내민다. "20달러 기부하고, 이 책을 받아가라"고. 이 때 공항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기부를 사칭하는 사람들에게 협조하지 마십시오"

# 장면 2. 뉴욕 맨하탄 42번가 타임스퀘어 인근의 포트 어써리티 버스 터미널. 아침 8시가 지난 시간인데도 노숙자들이 터미널 정문 앞에서 잠을 자고 있다. 한 우람한 체격의 경찰관이 노숙자들을 한명씩 깨우고 있다. 그 중 한 명이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지 않자 경찰관이 무슨 조치를 취하려는 듯 까만 장갑을 꺼내 낀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미국에서는 낯선 풍경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전에는 공항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길을 가르쳐 준 뒤 기부를 사칭하며 돈을 받는 이들을 볼 수 없었다. 원래 노숙자가 많은 뉴욕이라고 하지만, 워싱턴스퀘어 공원 등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을 뿐 42번가와 같은 도심 한복판에서는 보기 어려웠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부실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낳은 신 풍속도다.

금융위기의 충격은 집값 거품이 유독 심했던 캘리포니아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기업 파산이 줄을 잇고, 실업률은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10%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모기지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건축업 일자리는 지난해에만 12%가 줄었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집값이 떨어진 결과 재산세 수입이 크게 줄면서 주정부는 파산 위기에 몰렸다.



한 한국교민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한때 100만 달러에 팔렸던 방 두 칸짜리 작은 집이 지금은 70만 달러로 떨어졌다"며 "지금 생각하면 그 집이 100만 달러에 거래된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품의 끝을 직접 목격한 그가 최근 다시 들썩이고 있는 한국의 집값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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