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데요시 조직이 망한 '진짜' 이유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2009.08.1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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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히데요시 조직이 망한 '진짜' 이유


문화(文化)는 문화(月+吻 和)다. 합할 문(月+吻)이며 화할 화(和)다. 위아래 입술처럼 잘 맞는 게 문합(月+吻 合)이고 구성원들끼리 화기애애한 것이 화목(和睦)이다.

"삶은 유약(柔弱)하고 죽음은 견강(堅强)하다." 노자 말씀이다. 사람의 몸은 살아 있을 때에는 부드럽고 죽으면 굳어진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게 자연 법칙이다. 군대가 국경을 넘으면 전쟁이고 비즈니스맨이 국경을 넘으면 평화다. 사랑은 따뜻하고 영원하나 미움은 차고 소멸한다.



기업조직도 마찬가지다. 유연하면 살지만 강직하면 죽는다. 가정과 기업은 인간 지혜가 만든 가장 대표적인 사회조직이다. 가정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의 집단이며 회사는 비즈니스맨들이 모인 곳이다. '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샤프트'의 저자인 독일의 사회학자 페르디난트 퇴니에스의 성찰이다.

게마인샤프트, 즉 공동사회의 전형인 농촌사회에서는 대인관계가 자생적 정서에 의해서 결정된다. 게젤샤프트, 즉 이익사회는 합리적 의지의 산물이다. 기업이 대표적이다. 현대에 이르러 가정은 황폐해졌고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그만큼 짐지게 됐다. 기업 역시 법인(法人)이므로 생명을 갖고 있다. 그래서 태어나고 죽는다. 죽음은 뭇 생명체처럼 경직성에 따른 노쇠와 질병 때문이다.



◇게마인샤프트는 자생적 정서, 게젤샤프트는 합리적 의지

네덜란드는 1597년부터 1601년에 걸쳐 15개의 선단, 총 65척의 배를 자바섬으로 보냈다. 목적은 향신료 무역에 있었다. 1602년에는 네덜란드 기업 간의 지나친 경쟁을 피하기 위해 이들을 통합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를 설립했다.

이것이 바로 주식회사의 기원이다. 그들에게는 투철한 상인정신이 있었다. 바로 '신용'이었다. 이렇게 네덜란드는 세계정제의 패권을 장악해 나갔다. 그러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점점 시장과 상품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결국 1800년 폐업했다. 조직의 문화가 노쇠해졌기 때문이다.


'조직의 성쇠'의 저자 사카이야 다이치에 의하면 조직의 경직성을 초래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성공신화에 매몰되기 때문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직은 계속되는 성장에 도취했다. 그래서 무모하게 덩치를 키워 나갔다. 분수에 넘치는 군사를 동원하고 무리하게 조선 침공에 나섰다. IMF 외환위기 때 한국 30대 재벌의 1/2이 무너졌다. 그들 역시 무작정 덩치를 키우는 데만 혈안이 됐기 때문이다.

둘째, 정실인사 때문이다. 그것은 2차대전 패배시 일본의 육군과 해군이 본보기다. 고위직은 육사와 해사출신만의 잔치였다. 셋째, 정부의 과도한 보호정책 때문이다. 일본의 석탄산업이 대표적이었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여기에 속한다. 대체로 독점상태에서 정권의 비호아래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감사원의 감사 보고를 보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직이 망하는 이유는 ‘적당주의’, ‘비리’ 등 경직성이 주범

금년 역시 마찬가지다. 감사원이 지난 1년간 24개 공기업 가운데 19곳에 대해 감사를 벌였다. 이중 15곳에서 임직원에게 급여 등을 편법지급했다는 사실이 적발됐다. '나눠 먹기'가 만연했다. 개인관광 항공료, 개인적인 '한 잔' 접대비용, 골프비용도 법인 카드로 지불되는 등 치졸한 비리가 여전했다.

무늬만 민영기업이었던 KT가 변하고 있다. 이석채 회장이 CEO로 취임한 이래 반년이 흘렀다. KT는 한번 입사하면 퇴출이 안 되는 조직이다. 그래서 '적당주의'와 '비리'가 곳곳에 있었다. 비리를 일벌백계했다. 구매절차를 개선했다. 협력회사와는 상생을 위해 '최저가 입찰' 방식을 없앴다. 품질과 가격을 종합 평가하면서 '일물 복수가격제'를 도입했다.

KT는 더 이상 관리자는 필요없다. 실천하는 전략가와 사업가만 필요할 뿐이다. 요직에는 ‘일자리 공개시장(Job Open Market)’을 통해 지원자들을 공모하는 등 열린 경영을 지향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기업조직의 유연성을 높이는 일이다. 부드러움은 생(生)하고 뻣뻣함은 사(死)한다. 미래 KT를 그려 본다.(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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