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 풀어도… '가시밭길' 쌍용차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9.08.05 17:29
글자크기

생산 정상화·회생안 통과·신차출시·인수자 물색 등 난제 산적

↑ 5일 오전 경찰의 진압작전이 본격화된 가운데 쌍용차 평택공장 내 도장공장 옥상에서 한 노조원이 옷을 흔들고 있다. ⓒ평택(경기)=유동일 기자<br>
↑ 5일 오전 경찰의 진압작전이 본격화된 가운데 쌍용차 평택공장 내 도장공장 옥상에서 한 노조원이 옷을 흔들고 있다. ⓒ평택(경기)=유동일 기자


76일째 이어지던 쌍용자동차 (5,500원 ▼150 -2.65%) 파업 사태가 결국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해결국면에 들어섰다.

경찰은 5일에도 전날에 이어 진압작전을 벌여 주요 시설을 확보하고 자진해산을 종용했다.



김경환 법무부장관은 이날 현장을 방문, "불법 농성을 끝내고 공장 밖으로 나오면 단순가담자는 최대한 선처하겠다"고 밝혔다. 조현오 경기경찰청장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6일까지 파업을 끝내고 도장공장에서 나오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선처하겠다"고 말했다.

쌍용차 노사는 이르면 6일 노조의 '백기투항'보다는 기존 회사 측 최종안을 바탕으로 명분을 살려줄 '극적타결'의 형식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아직 회생절차는 첩첩산중으로 남아 있어 지금부터 전 직원이 똘똘 뭉쳐도 산적한 난제를 뚫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당장 파업과 진압 과정에서 방치되고 파괴된 공장 설비를 보수 점검하는 데만 최소 2주일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공장을 재가동해 차를 팔 수 있다고 회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무너진 부품망과 국내외 영업망을 회복시키는 일이 우선 시급하다.

그간 파업으로 생산차질 1만4590대, 매출손실 3160억원 이상이 발생하는 동안 협력사는 납품을 못해 30여개 1차 협력업체가 부도 위기에 몰려 있는 등 고사 직전이다.


지난해 말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국내 판매망도 붕괴 수준에 이르렀고 해외는 이미 파업 이전에도 1분기 기준, 매출대비 수출 비중이 20.7%(통상 40%선)까지 떨어진 상태다. 평택공장 관계자는 "해외 부품사와 딜러망들의 이탈이 국내보다 더 심각한 사정"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노사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과제는 부품사와 채권단, 주주,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떨어진 신뢰를 회복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악조건을 딛고 가동을 유지하더라도 회생계획안을 법원과 채권단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생존은 힘들다. 내달 15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면 법원은 이행가능성 등을 검토한 후 관계인 집회를 열어 채권단들의 심의 및 승인 절차를 밟는다.

이 과정에서 삼일회계법인이 기존에 제시한 회생을 위한 2가지 전제(2646명의 인력감축, 2500억원의 자금지원)도 재검토될 수 있다. 인력 구조조정 정도를 법원과 채권단이 만족해할지, 희망퇴직자 등 추가비용이 들어가는 감축대상이 늘어나고 장기간 가동중단이 이어지면서 2500억원으로 운영자금이 충당될지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다행히 회생계획안이 승인되고 산은의 추가지원이 나온다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이는 밀린 임금과 퇴직 위로금, 최소한의 부품 구매 비용 및 필수 신차 개발비에 겨우 쓸 수 있는 규모로 이 돈만으로 회사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기는 불가능하다.



마땅한 신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고정비를 최소화하고 버티면서 내년 봄 출시될 신차 'C200'의 성공을 노리는 전략이 그나마 남은 희망이란 분석이다.

이밖에 수익성 확보를 위해 외국 브랜드의 위탁생산을 맡는 방법도 거론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구조조정으로 손익분기점을 낮추고 내수는 지난해와 같은 4만대 선을 유지하면서 'C200'이 본격 양산될 때까지 해외 브랜드의 위탁생산 물량을 가져온다면 회생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궁극적으로 '오너십'을 가진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 상하이차가 지난 4년간 아무런 신차 개발을 하지않으면서 생긴 경쟁 브랜드와의 격차를 메우려면 과감한 투자가 필수다. 투자의지를 갖춘 새 주인을 맞기 위해선 쌍용차가 스스로를 '매력적 매물'로 가꿔가야 한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현대차 (250,500원 ▲4,500 +1.83%)보다 생산성을 50% 더 높인다는 목표로 생산성과 원가구조 혁신 등을 단행하고 인수자를 기다리는 일밖에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