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종일 치열한 공방전, 극한 대치

평택(경기)=박종진 기자 2009.08.0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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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경찰 도장2공장 포위, 앞날 불투명

파업 75일째를 맞은 쌍용자동차 (5,500원 ▼150 -2.65%)에 4일 경찰의 진압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평택공장 전체가 거대한 전쟁터로 변했다.

경찰과 사측 직원들은 노조의 핵심 거점인 도장2공장을 둘러싸고 하루 종일 전방위 진입을 시도했으나 노조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이날 오후부터 대치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작전은 노조원들을 도장2공장 중심으로 몰아넣어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려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곧 최종 강제해산이 이어지겠지만 노조의 버티기가 오래갈 경우 사측의 청산형 회생계획안 추진은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 4일 오전 평택공장 내부. 경찰의 진압에 맞서 검은 연기 속에서 노조원들이 대치를 벌이고 있다. ⓒ평택(경기)=유동일 기자↑ 4일 오전 평택공장 내부. 경찰의 진압에 맞서 검은 연기 속에서 노조원들이 대치를 벌이고 있다. ⓒ평택(경기)=유동일 기자


◇경찰, 작전 개시...곳곳서 화염·치열한 전투

경찰은 이날 오전 5시쯤부터 후문과 북문에 병력을 전진 배치시키고 지게차 등 중장비를 동원해 도장공장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아선 각종 철구조물을 제거했다.



오전 9시50분부터는 헬기 2대를 띄워 도장 2공장 옥상에 최루액을 뿌리기 시작했다.

경찰은 오전 10시40분쯤 도장2공장 서쪽에 바로 인접한 차체 2공장 옥상에 특공대 100여명을 투입해 1시간 만에 장악했다. 이후 옥상과 지상에서 병력 800여명이 노조원들과 치열한 공방전을 치렀다.

도장공장 북쪽 조립 3, 4라인 쪽에서도 옥상을 장악하기 위해 고가사다리차를 동원한 진입작전이 전개됐다.


남문쪽 진입로에서는 경찰 200~300명이 방호벽에 의지해 노조가 쌓아놓은 철제 파레트 등 장애물을 낮 12시30분쯤 제거했다.

사측 직원 및 용역직원들도 특수제작 된 볼트 새총 등을 이용해 북문, 4초소에서 노조와 충돌했다.



노조는 경찰과 사측 직원에 맞서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을 쏘며 강력히 저항했다. 불을 붙인 타이어를 던져 오후 한때 차체1공장에 화재가 일어나기도 했다.

노조의 저항에 부딪힌 경찰은 오후 3시 이후 조립 3, 4라인과 차체 2공장 옥상 등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대치상태에 들어갔다.

노조측은 "도장공장을 침탈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대형참사가 이어질 것"이라며 "사측과 정부가 대화를 거부하고 강제 해산한다면 죽기를 각오하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진압작전에는 헬기, 지게차, 살수차, 고가사다리차, 굴삭기 등 각종 중장비가 총동원됐다. 경찰과 사측 직원 23명이 부상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노조 측 부상자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 4일 오전 경찰의 본격적 진압이 시작된 평택공장 내부. 굴삭기 등 중장비가 동원된 가운데 살수차가 물을 뿜어내고 있다. ⓒ평택(경기)=유동일 기자↑ 4일 오전 경찰의 본격적 진압이 시작된 평택공장 내부. 굴삭기 등 중장비가 동원된 가운데 살수차가 물을 뿜어내고 있다. ⓒ평택(경기)=유동일 기자
◇공장 밖도 전쟁터..범대위 "청산계획, 정부가 공모"

경찰의 진압작전이 본격화되자 시민사회단체의 비난 기자회견도 잇따랐다.

진보단체들로 구성된 '일방적 정리해고 반대, 자동차산업의 올바른 회생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청산형 회생계획안은 회생채권단 5분의 4에 승인이 있어야 되는데 이는 곧 담보채권자인 산업은행의 의지, 즉 정부 차원의 결정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청산은 정리해고 대상자뿐만 아니라 쌍용차 종사자 모두가 고용 단절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사측의 일방적 협상 결렬 후 청산 공론화, 공권력 투입은 준비된 시나리오라고 비난했다.



쌍용차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 국가인권위원회에 공권력 진압을 막아달라는 긴급구제 조치를 신청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사측 직원들의 충돌도 거셌다. 직원들은 이날 오전 10시쯤 민주노총,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학생운동 조직 등 진보단체들이 공장 정문 인근에 설치한 천막 10여개를 강제 철거하면서 격한 몸싸움을 벌였다.

오전 10시10분쯤에는 우병국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기도 했다.



◇부품사 채권단 "예정대로 파산신청", 앞날 '깜깜'

600여개 협력사들로 구성된 쌍용차 협동회 채권단은 예정대로 5일 법원에 조기파산 신청을 할 계획이다. 이날 법정 관리인들과 면담을 하고 공장 상황을 둘러본 최병훈 채권단 사무총장은 "하루 이틀 만에 끝날 것 같지는 않다"며 "노조가 내일이라도 백기투항을 하거나 완전 진압이 끝나지 않는다면 예정대로 파산신청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도장2공장을 둘러싼 대치가 이어지면서 마지막 협상이 이뤄지거나 수일 내 곧 완전 진압이 된다 해도 공장 정상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공장의 핵심 시설인 도장과 조립라인을 노조가 계속 점거하고 있어 설비의 상태 파악이 안 되고 있는데다 2~3차 부품사들은 상당수가 이미 폐업이나 부도를 맞은 처지다.

한편 이날 오전까지 17명의 노조원이 추가 이탈해 지난 2일 협상결렬 이후 115명, 지난달 20일 경찰과 사측의 공장 진입 이후로는 모두 147명이 파업 현장을 떠났다. 현재 520여명의 노조원이 점거 파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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