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만은 막자" 쌍용차 노사 대타협

평택(경기)=박종진 기자 2009.08.0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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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타결-의미와 배경]파산 우려 속 생산재개 뜻 모아

"벼랑 아래서 나뭇가지 잡았다"

쌍용자동차 (5,500원 ▼150 -2.65%)의 77일째 이어진 파업사태가 마침내 타협점을 찾았다. 노사는 6일 오후 점거 농성 중인 근로자의 48%를 구제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최종합의를 이뤘다.

장기간 가동 중단으로 사실상 파산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이대로 가면 '망한다'는 절박함을 함께 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기업회생절차 진행에 가장 큰 고비 중 하나를 넘었다는 평가다.

이번 합의로 5월21일 이래 중단됐던 생산이 재개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는 크다. 파업으로 아무런 생산 활동 없이 시간만 보내던 기업회생절차가 본격 탄력을 받게 된다. 법정 관리 중이라 차를 만들어 팔지 않으면 자금이 들어올 길 없는 쌍용차로서는 9월 법원에 제출할 회생계획안을 만들 최소한의 재무 근거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쌍용차의 법정관리 과정에서 최대 변수로 꼽혔던 노사관계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됨으로써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이미 제품 라인업에서 경쟁력을 잃은 쌍용차가 노사갈등마저 심화되면 회생가능성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합의점을 찾아 희망의 끈은 이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비록 지난 4~5일 이틀간 강도 높은 공권력 투입이 이뤄졌지만 대형 참사를 피하고 노사대화로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는 점도 회생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후 정부와 산업은행의 지원, 법원의 우호적 판단 등을 끌어내기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관들은 줄곧 "노사의 자율적 해결에 맡긴다"는 입장을 보였다.


쌍용차는 이번 파업으로 1만4590대의 생산차질과 3160억원의 매출손실을 기록했다. 파업 이전에 작성된 삼일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에는 계속기업가치가 청산할 경우보다 3890억원 높게 나왔지만 장기간 생산을 멈춘 상태에서의 기업가치는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구나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부품 공급망과 영업망이 고사 직전에 이르러 회생불능 단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1차 협력사 4곳이 부도를 맞거나 법정관리 중이고 30여개가 부도 위기에 놓였다. 2, 3차 중소 협력사들은 폐업과 부도처리된 업체 수가 정확히 파악조차 안 된다. 영업망 역시 2달 넘게 차를 거의 팔지 못해 붕괴위기다.



즉 법원이 9월15일로 예정된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 이후 파산선고를 내리는 상황이 현실화 될 수도 있는 처지였다.

물론 일각에서 매각을 전제로 한 파산 후 새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제기됐지만 이는 당장 인수자가 나서기 힘든 처지에서 시일이 너무 오래 걸리고 과정이 복잡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업계 전문가는 "이번 합의로 회생절차 이행에 노사가 함께 매진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졌다"며 "이제 성실한 '회사살리기'를 뒷받침해 줄 금융지원 문제도 차츰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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