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美 주택ㆍ소비지표 왜 엇갈렸을까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9.07.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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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 호전 불구 고용불안이 소비심리 악화 원인

경제지표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미국에서 엇갈린 신호가 나왔다. 주택가격이 3년만에 상승세로 돌아서며 '지표 서프라이즈'를 이어갔지만 소비심리 지수는 두 달 연속 하락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미국의 주요 20개 대도시 주택가격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5월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는 전달에 비해 0.5% 상승한 139.84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상승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7.1% 하락했지만 월가 예상치 17.9%보다 양호했고 최근 9개월래 최저 낙폭이었다. 앞서 지난 27일(현지시간)에는 신규주택판매가 예상치를 상회하며 주택시장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주택시장이 회복된다면 소비가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정작 이날 발표된 미국의 소비 심리 지표는 기대에 못 미쳤다.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7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전달에 비해 2.7포인트 하락한 46.6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 49를 크게 하회한데다 두 달 연속 하락이다.

엇갈린 신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고 있고 주택매매에 정부의 각종 지원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주택 경기의 반등은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은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 내 주머니를 비워 소비를 늘리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미국인들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고용 불안이 소비심리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부의 지원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고용소득이 안정돼야 소비를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상 고용지표가 소비 개선 여부를 보여주는 선행지표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미국의 실업률은 6월말 9.5%에 달하고 하반기에는 1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앞으로도 미국의 고용시장과 소비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들이 줄줄이 발표된다. 29일에는 내구재 주문이, 30일에는 신규실업수당 신청건수가 예정돼 있다. 여전히 미국 지표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할 시기다.

한편 엇갈린 지표처럼 미국 증시도 등락이 엇갈리는 혼조세였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가 각각 0.13%, 0.26% 하락한 반면 나스닥지수는 0.39% 올랐다. 지수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낙폭은 제한적이었고 전약후강의 흐름을 보였다는 점에서 여전히 상승 추세는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시장도 마찬가지다. 상승 탄력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좀처럼 큰 폭의 조정을 거치기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11거래일 상승 중 절반은 0.5%대 상승이거나 그 이하였다"며 "상승하는 와중에 적절하게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의미로 큰 폭의 가격 조정이 우려되는 국면이라기 보다는 단기과열을 식히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수급이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 '사다함의 매화'라고 표현할 정도로 외국인의 매수세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을 비관적으로 예상해 왔던 한 전문가는 예측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상상 이상으로 유입된 외국인 매수'라고 자평했다.



게다가 현물은 사고 선물은 팔던 외국인이 이번에는 선물을 매도하지 않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프로그램 매수 기대를 유지시키고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선물 거래량이 1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한 것을 언급하며 "통상 선물 거래량은 지수하락기에 급증하며 상승기에는 감소한다는 점에서 시장이 기다리는 급락세가 연출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함께 시장에서는 원화 강세 수혜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8일 두달여만에 처음으로 1230원대로 진입했다. 증시에서는 환율관련 수혜업종으로 분류되는 항공주, 여행주, 음식료주 등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반면 자동차 및 IT 등 일부 수출 관련주는 약세였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환율이 한층 더 개선된 외환수급 상황과 함께 이전 저점 라인인 1230선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원화강세 수혜업종에 대한 관심이 시장에 새롭게 부상될 수 있"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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