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년 투자, 대세는 주식이다

이상진 신영투신 부사장 2009.08.0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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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의 상식적인 투자]자산배분 10년전략 주식으로 이동

하반기가 시작되면서 각 증권회사별로 하반기 자산배분 전략에 대한 분석보고서가 쏟아진다. 언론에서도 연례행사(?)로 하반기 자산배분 전략에 대한 기사를 싣는다.

사실 시장이라는 것이 달력에 맞춰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의 주체인 투자자들이 달력에 따라 심리가 변하는 것은 사실이므로, 시간의 흐름별로 구간을 지어 이런저런 담론을 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증권시장에만 국한시켜 자산배분에 관한 전략을 얘기하기에는 초반부터 빗나갔다. 대부분 증권회사에서는 3분기를 휴식 내지 조정, 4분기에 상승으로 골격을 잡고 자산배분 전략을 짰는데 최근 증시의 움직임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초반의 예상이 빗나갈 것 같다.



하지만 증시에서 틀리는 예측이야 아닌 말로 ‘헌 갓 쓰고 똥 누기'가 예사인지라 그렇다 치고 조금 안타까운 것은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 어디 6개월 자산배분만 잘하면 면피(?)할 수 있는 예년의 시장이냐는 것이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지금 상황은 선진국 입장에서 본다면 30년대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금융ㆍ경제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필사적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절대 절명의 상황이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이번 위기 이후의 경제와 금융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할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우리는 여전히 상당기간 LCD TV를 보고 가솔린 승용차를 타고 피자를 먹고 연예오락 프로를 보면서 낄낄거리겠지만 경제 성장의 구조판이 서서히 방향을 틀고 있고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존재의 목적, 조금 유식하게 표현하면 영혼을(Soul-Searching) 찾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언젠가 언급한 바 있지만 커다란 경제적 위기 이후에 산업의 지평이 바뀌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토목공사로 인해 캐터필라가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했고, 데이터 처리회사인 IBM이 탄생했고 TV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컬러영화가 출연했다. 또 항공산업이 최초로 민간 영역으로 진출했고 로켓이 개발됐다.
향후 10년 투자, 대세는 주식이다


1970년대 불경기와 초 인플레이션 이후 1980년대에는 금융산업에 MMF라는 신상품이 오랜 은행의 독주를 막았고, PC가 IBM의 몰락을 재촉했다. 정크본드가 등장하면서 M&A의 새로운 시장이 열렸고 1990년대 이후에는 반도체와 휴대폰과 인터넷의 발전과 확산이 세계를 경이로운 통신과 정보의 네트워크로 연결했다. 그리고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구글이라는 대단한 회사가 등장해 20년 아성의 마이크로소프트를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진지하게 논해야 하는 것은 6개월의 자산배분이 아니라(또 사실 6개월의 자산배분에 대해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위기 이후의 10년에 대해 우리가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가장 효율적인(Optimal) 재테크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 한달 뒤 먹을 종목이 급한 상황에서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겠지만 10년이란 시간은 결코 장기가 아니다. 이번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이미 2년의 시간이 지나고 있고 IMF외환위기가 발생한 지도 벌써 12년이 흘렀다.

당신에게 지난 10년이 어마어마하게 긴 세월이었던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게 그렇게 10년이란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 지났다. 그리고 앞으로 10년도 당신이 대충(?)보낸 지난 10년처럼 빠르게 지날 갈 것이다. 그러니 10년을 제발 장기로 생각하지 마라. 정말 짧은 세월이니 말이다.


아무튼 이번 경제 위기로 주식수익률은 채권수익률에게 일방적으로 패배했다. 미국의 경우 S&P500지수가 25년 구간 중 어떤 기간을 비교해도 미국 장기국채 수익률보다 못하다. 한국의 경우도 채권이 우세하다. 물론 일부 대형 종목의 경우 채권수익률을 월등히 앞서지만 코스피로 비교했을 때 지난 10년 구간에서 코스피는 연 4%가 나왔고 채권(국채의 경우)은 5.57%, AA- 회사채는 8.5%가 나와 주식의 리스크 대비 수익률은 형편없다. 5년 구간에서는 주식 연 14.9%, 국채가 4.64%, 회사채가 5.5% 나와 잠시 주식이 앞섰지만 15년으로 가면 주식이 3.1%, 회사채가 8.5%(이 구간 국채 수익률은 통계에 나오지 않는다)로 역시 채권 수익률이 높다.

이와 같은 현상은 두번의 금융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왜곡됐다고도 주장할 수 있지만 금융위기가 금융시장의 본질적인 성격이라고 본다면 두 수익률 비교가 착시현상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은 매우 중요한 방향을 시사한다. 만약 장기 수익률이 채권이 높다면 그렇게 많은 위험을 감당하면서 주식투자를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유가증권의 투자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즉 ‘고위험 고수익’이 아니라 ‘저위험 고수익’(주식이 채권보다 위험이 높다는 것은 상식이다)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이 채권보다 위험이 높으면서 수익은 장기로 갈수록 떨어진다는 명제를 인정하는 경제학자나 투자전문가가 없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통계학적으로 장기 수익률(배당 포함) 곡선에 있어서 주식이 채권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을 낸다는 사실을 우리가 여전히 신뢰한다면 위에 언급한 최근 10~15년 사이의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 차이는 다음 10~15년 사이의 양자 사이의 수익률이 엄청나게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향후 10년의 자산배분은 이미 결정 났다. 채권이나 현금성 자산에서 주식으로 투자방향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미다. 위기가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위기에서 벗어나는 원년이 될 금년, 10년을 보고 자산배분을 고민해 보자. 향후 10년은 당신의 노후 인생을 가르는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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