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LGㆍ현대차 등 재계, 녹색투자 봇물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2009.07.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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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5.4조 투자 이어 현대차 4.1조 투자

삼성ㆍLGㆍ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녹색투자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걸고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하는 가운데 기업들이 속속 수조원대의 투자 보따리를 풀고 있는 것. 이는 2013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의무감축국 가입에 대비한 선제조치이기도 하다.

22일 현대·기아차그룹은 2013년까지 고연비, 친환경차 개발과 이산화탄소(CO2) 감축 등 녹색성장을 위해 4조1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또한 신성장 동력인 친환경 일관제철소 건설을 앞당기기 위해 올해 전체 투자 규모를 9조1000억 원에서 9조3000억 원으로 2300억 원 늘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는 지난 20일 2013년까지 5조4000억 원을 녹색경영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2013년까지 생산공정과 제품사용까지의 전과정에서 온실가스를 2008년에 비해 50% 이상 줄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CDM이란 온실가스 감축분 만큼을 배출권으로 팔 수 있는 제도다.



CDM 사업에선 LG가 한 발 앞섰다. 지난 2월 LG상사가 LG디스플레이 공장 액정화면 생산공정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으로 UN으로부터 CDM 사업 등록 승인을 받은 데 이어, LG화학 (316,500원 ▼3,000 -0.94%)LG전자 (110,100원 ▲600 +0.55%) 등 주력 계열사들이 잇따라 CDM 사업에 나섰다.

한화 (29,650원 ▲250 +0.85%)도 녹색성장을 미래 전략사업을 선정, 올해 3000억 원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총 4조원 규모의 녹색투자 계획을 최근 확정했다. 이를 위해 한화는 그룹 내 저탄소 녹색성장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했다.

SK (207,000원 ▼12,000 -5.5%)는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언급한 직후 일찌감치 녹색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SK는 2010년까지 2차전지ㆍ수소스테이션 개발 등 녹색성장과 관련해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녹색투자 규모를 따로 구분하지 않았지만 GS (44,800원 ▲400 +0.90%)칼텍스도 올 초 고도화 설비 투자 등을 포함해 총 2조3000억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 대표주자인 롯데는 최근 19개 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모여 친환경제품 구매를 늘리고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량을 제품에 표시하는 내용의 녹색경영 방침을 정했다. 롯데는 이를 통해 올해 1만3000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진 (19,450원 ▲50 +0.26%)의 경우 주력 기업인 대한항공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항공기 현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5년까지 A380, B787, B777-300ER등 최신 기종 54대를 구입, 친환경 항공기로 기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경쟁하듯 녹색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2013년 온실가스 의무감축국 가입을 앞두고 녹색경영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무감축국이 되면 기업별로 온실가스 감축량이 정해지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배출권을 사와야 한다.

정부가 최근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업의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상반기는 재정으로 버텼지만 이제는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때"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일각에선 기업들의 내놓는 투자안이 기존 투자계획에 몇 가지 새로운 내용을 더해 녹색투자로 이름만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녹색투자는 곧 수익이란 쪽으로 기업들의 인식전환이 완전히 이뤄지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 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와 관련 미국과 일본은 녹색가전 구매시 일정 부분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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