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들의 비명..."적자 싣고 항해"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09.07.16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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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태평양항로 취항 선사 500弗씩 운임 인상

해운사들의 비명..."적자 싣고 항해"


모 해운사 미주 영업팀에 근무하는 A씨는 최근 몇 달 동안 미국으로 보낸 실적표를 보고 있으면 한숨부터 나온다.

지난해에 비해 60~70% 가량 물량이 줄었다. 꽉 찬 컨테이너선을 보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흐릿하다.

요즘 그에게 고민이 하나 더 생겼다. 화주들에게 아시아-미국 운임의 인상을 설득해야 한다. 벌써부터 식은땀이 흐른다. 안 그래도 없는 물량에 가격을 올려달라고 하면 화주들이 다른 선사로 옮겨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해운업계 "현재 운임은 패닉 수준이다"

태평양항로안정화협정(Transpacific Stabilization Agreement ; TSA)은 다음달 10일부터 아시아-북미 항로의 운임을 FEU(40피트 컨테이너)당 500달러씩 인상하는 운임인상 가이드라인을 결의했다.



TSA에는 현재 국적선사인 한진해운 (5,180원 0.00%)현대상선 (17,290원 ▼20 -0.12%)을 비롯해 일본 K라인, 중국 코스코(COSCO) 등 14개 해운사들이 가입돼있는데 소속사들은 가급적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TSA 소속은 아니지만 세계 최대선사인 머스크 라인도 TSA와 같은 수준의 가격 인상을 각 화주들에게 통보했다.

TSA 측은 "현재 운임이 너무 떨어져 태평양항로 취항 선사들이 항로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컨테이너 용선료(HR)지수는 지난해 10월 1000포인트선 아래로 떨어진 이후 추락을 거듭, 올해 400포인트 이하로 내려앉았다. 지난 8일을 기준으로 한 HR용선지수는 346.1포인트. 이는 지난해 7월 10일(1204포인트)은 물론 지난해 평균(1116포인트)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수출입 컨테이너화물의 해상 운임도 급락했다. 북미항로(부산-로스앤젤레스)의 지난달 평균 운임은 FEU당 1000달러가량으로 지난해 6월 2000달러에 비해 절반가량 급락했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지난 5월 맺은 2009~2010년 서비스계약이 비정상적인 운임으로 체결돼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태평양 항로 운임은 거의 패닉수준과도 같다"면서 "통상 5월에 이루어지는 연간 서비스계약(SC)이 너무 낮은 운임상태로 체결돼 이 상태대로 1년 동안 서비스를 제대로 이행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운임은 개별 고객들과의 협의 하에 결정하는 것이므로 선사가 올린다고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하염없이 떨어지는 운임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하소연했다.

수출업계는 일단 선사들의 움직임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무역협회 하주사무국 관계자는 "해운선사들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여전히 수요가 없는 침체된 상태에서 가격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동량 감소는 '지속'‥해체된 배는 '사상 최대'

TSA 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시아발 북미행 컨테이너 화물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0% 이상 줄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2분기 다소 회복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컨테이너선을 통해 수출되는 상품들이 대부분 소비재라 경기 침체에 따른 컨테이너 수요가 여전히 침체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 서부 주요 항만인 롱비치항의 지난달 물동량은 전년 동기대비 29% 감소했다. 올 상반기(1~6월)까지 누적물동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4% 줄어든 39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연구팀장은 "3분기는 전통적인 컨테이너선 성수기인데도 태평양 항로의 경우 올 상반기보다 상황이 더 어려울 것"이라면서 "내년 가야 해상물동량이 증가하면서 컨테이너선 시황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운경기 악화로 컨테이너 선박 해체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해운컨설팅업체인 AXS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해체된 컨테이너선은 총 94척(선복량 18만4700TEU)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금까지 가장 많은 컨테이너선이 해체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만5000TEU를 반 년 만에 뛰어넘은 사상 최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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