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故 김수환 추기경 훌륭한 지도자"

로마(이탈리아)=송기용 기자 2009.07.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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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이명박 대통령,바티칸서 교황 베네딕토 16세 예방

G8 확대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으로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예방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고(故) 김수환 추기경 선종 당시 이례적으로 교황 성하 명의의 장래미사를 거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데 대해 감사하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교황은 이에 대해 "김 추기경은 30여 년 전에 독일에서 같이 공부한 친구이자 훌륭한 천주교 지도자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한국 가톨릭 교회의 성장세를 인상 깊게 듣고 있다"며 "현재 북한의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겠지만 식량난에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주민을 위해 가톨릭 교회가 할 수 있는 모든 기여를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북한 주민의 고통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실험을 하고 있어 국제사회가 제재를 모색하고 있다"며 "가톨릭 교회가 남북통일과 분단국가의 화해,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 많은 기도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교황은 "굶주리고 있는 북한주민들과 남북통일을 항상 마음에 두고 기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평화 문제는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제안하고 "한반도 안정을 위한 한국 정부의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 노력을 높이 평가 한다"고 치하했다.


또한 "한국 가톨릭 교회와 기독교 교회들이 현 사회의 정신적 치유를 위해 인권보호 및 사회 기여에 나서고 있는 점도 잘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 이후 각 나라 간에 혹은 각 나라 안에서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선진국이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역할을 할 시대가 왔다고 본다"고 밝혔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선진국의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동의 한다"며 "특히 아프리카 등 빈곤국에 동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인도적 지원을 펼치며 인간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할 수 있도록 G8 확대정상 회의에서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경제위기 극복은 윤리적 가치와 동반되어야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며 "사회정의와 평화, 평등과 부의 재분배를 도모할 수 있는 사회를 앞당길 수 있도록 각 나라들이 협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분단국 출신이신 베네딕토 16세가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을 방문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요청했고, 교황은 "감사하다"고 답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30여 분간 면담한 후 선물을 교환했다.

이 대통령은 김수환 추기경 선종(善終) 당일 추기경 시신이 안치된 관 옆에서 정진석 추기경과 김옥균 주교가 기도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 액자를 교황에게 선물했다.

또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성인이 세운 ‘원죄없는 성모마을’에서 수도자가 묵상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교황에게 드렸다. 이 대통령이 교황에게 선물한 이 사진들은 김경상 종교전문사진사의 작품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600년대 베드로성당과 아직 다 완성되지 못한 베를리니 기둥을 담은 스케치 화를 이 대통령에게 선물로 줬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교황에게 순교자 등 125위에 대한 시복시성(諡福諡聖)과 추기경 추가 선임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검토 끝에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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