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자, 해외펀드 발 뺀다

임상연 박성희 김태은 기자 2009.07.0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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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자, 해외펀드 발 뺀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사는 A씨(50대)는 지난 달 3억원 상당의 중국펀드 가운데 절반을 환매해 국내주식형펀드에 가입했다. 지난 해 초 6억원을 투자한 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가 겨우 원금의 절반을 회복한 상태였다. 올 하반기 중국 시장 전망이 밝다는 전문가 분석이 쏟아지면서 계속 보유할까 생각도 했지만 내년부터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고 오히려 손실 회복분에 대해선 세금을 내야 한다는 말에 해외펀드에 대한 맘을 접었다. 남은 절반도 올해가 가기 전 환매할 계획이다.

거액 금융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해외펀드 환매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소득이 연 4000만원을 넘는 자산가들의 경우 세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원금 회복을 기다리는 것보다 환매 후 다른 자산으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증권 프라이빗뱅킹(PB)연구소가 지난 5월 20~27일 예탁자산이 1억원 이상인 218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이 예정대로 올해 종료될 경우 기존 보유펀드를 환매하겠다는 응답이 58.6%로, 보유하겠다는 이들(41.4%)보다 많았다. 응답자의 61.7%는 아예 해외펀드 신규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양길영 한국투자증권 PB센터 세무사는 "해외펀드 보유와 관련한 문의가 늘고 있다"며 "손실을 실현하는 것이 아깝기는 하지만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끝나는 연말 쯤 국내 주식형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낫다고 보고 환매 시점을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듯하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PB센터 관계자는 "판매사 측면에서도 세금이나 정보 접근성 측면에서 유리한 국내 주식형펀드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면 해외펀드의 투자 매력이 반감되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6월 정부는 환율 절상을 우려해 2009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을 도입했다. 이에 힘입어 2007년 5월 말 19조3000억원에 불과했던 해외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지난 해 6월 말 60조9000억원까지 빠르게 불어났다.

박상철 신한은행 PB센터 세무사는 "해외펀드 투자에 대해서는 올해 말 비과세 혜택이 끝나는 점을 상정하고 가입한 경우가 많아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앞으로 과세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펀드로 방향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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