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인데 세금? 내년 해외펀드 '稅폭탄' 예고

임상연 기자, 박성희 기자, 김태은 기자 2009.07.0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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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세종료로 새해 이익분 별도 과세

자영업자 이모씨가 2007년 10월 말 5억원을 투자한 중국펀드의 현재 평가액은 2억2800만원이다. 내년 4억원이 되면 환매하려고 한다. 이 씨는 세금을 내야할까.

여전히 손실을 보고 있는 해외펀드라도 올해 말 이후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선 세금이 부과된다. 올해 말 해외펀드의 비과세 혜택이 종료되면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선 15.4%의 양도소득세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이 씨의 경우 올해 12월31일 중국펀드 평가액이 3억원이고 내년 환매 시점에 4억원이 됐다면 1억원의 이익에 대해 154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원금에서 1억원을 손해 봤지만 과세 기준 시점보다는 1억원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율이 올라 환차익까지 얻었다면 또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올해 말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이 종료되면 해외펀드 과세 문제가 더욱 논란이 될 전망이다.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도 내년부터 회복되는 원금에 대해서는 꼬박꼬박 세금을 내야하는 얄궂은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원금 회복될수록 세부담 증가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재 해외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20.51%다. 인도펀드(10.15%)를 제외하고 모든 해외펀드가 '마이너스'다. 하반기 글로벌 증시가 원금이 회복될 만큼 강하게 반등하지 않는다면 내년부터 펀드 손실을 끌어안은 상태에서 이익이 날 때마다 꼬박꼬박 세금이 부과된다는 말이다.

'JP모간러시아증권자투자신탁A(주식)'의 최근 1년 수익률은 -75.34%. 연초 이후 50% 넘는 수익률 회복세를 보였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하반기에 상반기만큼 수익률이 회복된다고 해도 투자자들은 여전히 20%가 넘는 손실을 입은 채 내년부터는 원금 회복분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환 헤지를 하지 않은 '미래에셋동유럽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A'(-53.19%)에 투자한 경우라면 주식 매매차익은 물론 환차익에 대해서도 15.4% 세금을 물어야 한다.


차라리 올해 말 해외펀드를 환매하고 내년 다시 가입하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최소 3년 환매가 금지된 베트남펀드는 올해 말까지 환매도 불가능해 펀드 손실에 세금 폭탄까지 '이중고'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손실인데 세금? 내년 해외펀드 '稅폭탄' 예고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주식으로 원금을 회복하면 투자자들이 손실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내야하는 억울함을 호소하진 않을 것"이라며 "상반기만큼 글로벌 증시가 오른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내년부터는 세금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펀드의 세금부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내년에 해외펀드의 원금 회복이 4000만원 이상 일 경우 투자자들은 또 한 번 세금 때문에 울어야 한다.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4000만원이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선 최고 35%의 누진세가 부과된다. 게다가 이들은 매달 16만7000원의 건강보험료도 추가로 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06년 말부터 연간 금융소득이 4000만원이 넘는 경우 현금 10억원 이상을 금융기관에 예치한 것으로 보고 추가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손실인데 세금? 내년 해외펀드 '稅폭탄' 예고
세금폭탄 막을 방법 없나?
올해 말 해외펀드의 비과세 혜택 종료로 투자자들의 세금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자 시장 곳곳에서는 정부의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기획재정부에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 연장을 요청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또 금융투자협회는 펀드 세제개선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려 해외펀드의 환차익 과세 문제와 비과세 혜택 종료에 따른 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일단 기획재정부가 해외펀드 환차익에 대한 과세 기준가를 변경함에 따라 세금부담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고 내년 해외펀드의 세금폭탄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환차익에 대한 세금부담이 줄어들 뿐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 즉 내년에 해외펀드가 환차익 없이 주식으로 4000만원 이상 원금을 회복했을 경우 15.4% 세금은 물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감독당국 및 업계에서는 해외펀드의 비과세 혜택 연장 또는 실현수익에 대해서만 과세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관계자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해외펀드의 매매차익과 환차익을 모두 합쳐 실현수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이라며 "실현수익에 대한 과세가 세수부족과 법 개정 등의 문제로 힘들다면 비과세 혜택을 연장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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