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주관·인수, 춘추전국시대

더벨 김동희 기자 2009.07.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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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상반기 리그테이블]치열한 경쟁 속 실적 나누기

이 기사는 06월30일(21:0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올 상반기 회사채시장은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금융위기이후 유동성이 부족해진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러시를 이룬 게 배경이다.



IB는 너나 할 것 없이 회사채 발행업무에 뛰어들며 고객 쟁탈전을 펼쳤다. 상위권의 주관·인수 실적은 순위를 따지기 힘들 정도로 근소한 차이를 나타냈으며 실적을 배분하기 위한 공동주관·공동인수도 늘었다.

기관투자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채권시장엔 개인고객이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여전채, 외표채, 일반기업원화채 등 분야별로 강점을 지녔던 IB의 주특기도 무의미해졌다.



점유율 격차 '축소'···공동주관·인수도 '증가'

30일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IB의 회사채 주관·인수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회사채 인수 순위 1위와 5위의 점유율차이는 지난해 말 6.36%포인트에서 올 상반기 3.61%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1위와 10위의 격차도 10.23%포인트에서 8%포인트로 감소했다. 주관 1위와 5위의 점유율 차이 역시 지난해 말 4.95%포인트에서 올 상반기 4.86%포인트로 줄었다. 회사채시장의 주관·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IB간 격차가 감소, 춘추전국시대 양상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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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관과 공동인수도 크게 늘었다. 기업들은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서라도 자금조달에 성공하기 위해 다수의 소화처가 필요했고 IB들은 십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큰 장을 놓칠 수 없었던 이심전심이 작용했다. 금융관계회사를 보유한 대기업 그룹의 채권발행 증가도 IB의 실적이 분산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 IB가 공동주관으로 회사채를 발행한 건수는 364건으로 지난해 전체 127건 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전체 주관사보다 인수사로 참여한 IB도지난해 1.73배에서 올 상반기 2.08배로 증가했다.

"채권 분야별 강점 사라져"··· 산은·대우증권 ABS 두각 예외

여전채, 일반 기업 회사채, 외화표시채권 등 분야별 IB의 독식 현상도 사라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여전채주관 1위를 기록했지만 점유율은 크게 떨어졌다. 주관 점유율은 지난해 16.87%에서 올 상반기 11.52%로 하락했으며 2위와의 점유율 격차도 7.62%포인트에서 0.67%포인트로 줄었다. 인수실적에서는 동양증권에 이어 2위로 밀렸다.

외화표시채권(외표채)과 일반 기업 원화채 역시 마찬가지. 올 상반기 외표채 주관과 인수는 6개의 IB가 참여해 각각 1건씩 대표주관을 맡았다. 대우증권이 공동주관으로 1건을 더 참여했지만 시장을 주도하지는 못했다. 지난해 1위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순위에 들지도 못했다.

일반 기업 원화채 주관과 인수실적 격차 역시 크지 않았다. 우리투자증권은 주관규모가 가장 컸으나 취급 건수는 오히려 3위인 동양종합금융증권에 뒤쳐졌다. 점유율의 차이도 1%포인트를 넘어서지 않을 정도로 미미했다.



다만, 자산유동화증권(ABS)시장은 예외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과 계열사인 대우증권이 주관과 인수를 독식했다. 중견·중소기업 및 건설사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의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P-CBO(발행물 채권담보부증권)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선 영향이 컸다.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의 ABS 시장점유율은 43.96%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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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판매 '급증'···동양종금 '웃고', 굿모닝신한증권 '울고'



올 상반기 IB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분야별 강점이 사라진 것은 채권의 리테일(개인고객) 판매시장이 급성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고수익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종목을 가리지 않고 회사채에 투자하면서 리테일에 강한 증권사의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올 상반기 최대 수혜 IB. 지난해까지는 주관인수 순위 5위권 밖에 머물던 동양증권은 올해 전체 순위 2위로 급부상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여전채, 원화채, ABS 등 채권 분야도 가리지 않았다.



고수익을 제공하는 채권은 대부분 주관사로 참여하며 리테일 채권판매의 부흥을 이끈 것이다.

채권시장에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채권도 동양증권이 참여하면 성공한다는 불패신화까지 등장할 정도로 리테일 판매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리테일 판매망이 구축된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등도 회사채 인수와 주관실적이 지난해 보다 껑충 뛰었다.



반면, 리테일 판매망이 없는 IB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전체 채권 주관순위 7위의 굿모닝신한증권은 올 상반기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회사채 개인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한데다 금융지주회사의 리스크관리가 강화되면서 회사채 주관·인수실적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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