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때까지 절반이라도 팔았으면…"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2009.07.0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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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한계 다다른 지방 미분양]①천안·아산

편집자주 '모델하우스 밤샘 줄서기', '수년만에 떴다방 출현', '1순위 청약경쟁률 수백대 1'…. 최근 인천 청라.송도 등 수도권 일부 분양시장이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리는 것을 막겠다며 급기야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검토하고 나섰을 정도다. 하지만 이는 전체 분양시장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방의 경우 각종 세제 혜택과 파격적인 할인 분양에도 미분양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실물경기가 위축되면서 준공후 미분양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 지방 미분양 현황과 시장 전망, 해법 등을 총 5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올 연말 입주예정인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올 연말 입주예정인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


"준공 때까지 절반만이라도 팔았으면 좋겠습니다. 분양 초기엔 공격적으로 홍보하고 계약률 목표치도 높게 잡았는데요. 아무리 발버둥쳐도 안되고 이젠 회사에서도 큰 기대 안합니다." (천안 A아파트 분양소장)

충남 천안·아산 아파트 분양시장이 길고 어두운 터널에 갇혀있다. 양도소득세 한시 면제, 취득·등록세 감면, 대출규제 완화 등 각종 미분양 대책이 쏟아졌지만 계약률은 몇 개월째 제자리 걸음이다.



건설사마다 계약금 할인에다 중도금 무이자 융자, 입주후 2∼3년간 대출 이자를 선지급하는 마케팅까지 펴고 있지만 미계약 물량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첫 분양을 시작한지 2년이 훌쩍 지나 입주가 시작됐는데도 주인을 찾지 못한 준공후 미분양도 갈수록 늘고 있다.

◇"입주때까지 계약률 50%만 달성했으면…"=30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4월 말 현재 천안·아산 미분양아파트는 1만1301가구(천안 8747가구·아산 2554가구)다. 이 중 공사가 끝난 미분양은 전체의 10% 수준인 1264가구다. 하지만 이는 시장 현실과는 동떨어진 수치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B건설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입주한 천안·아산 아파트 가운데 계약이 100% 마무리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며 "올 연말까지 8개 단지가 입주를 앞두고 있는 만큼 준공후 미분양 물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주가 시작됐지만 실제 계약률이 50% 미만인 아파트도 부지기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분양 현장에선 "입주 때까지 절반만 팔았으면 좋겠다"는 푸념도 쉽게 들을 수 있다. 계약률이 낮으니 입주율도 저조하다. 입주를 시작한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불꺼진 집이 더 많다. 실제 입주율이 50%를 넘었다고 하면 업계 부러움을 살 정도다. 단지내 상가 점포도 대부분 비어 있다.

모델하우스도 '개점휴업' 상태다. 내로라하는 대형건설사들의 아파트도 많지만 방문객은 거의 없고 분양 관계자 몇 명만이 상담석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C건설사 관계자는 "인천 청라와 같은 수도권 청약과열 현장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라며 "그나마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는 주말에는 4∼5개 팀 정도의 방문객이 찾을 뿐, 평일엔 없는 날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급 과잉이 부른 사태"라고 진단하며 "판 물량보다 앞으로 팔아야 할 물량이 더 많아 방문객이 없다고 (모델하우스) 문을 닫을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얼마전 입주를 시작한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얼마전 입주를 시작한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
◇분양이익 사실상 포기…자금 회수가 급선무=건설사들은 준공후 미분양아파트를 대부분 악성 사업장으로 분류한다.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파견하거나 일반 사업장에선 볼 수 없는 파격적인 분양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천안·아산 분양시장에선 계약금 정액제나 중도금 전액 무이자 외에 입주후 2∼3년간 대출 이자 선지급(또는 무이자)하는 조건이 일반화됐다. 이를 적용하면 통상 가구당 2000만~3000만원 가량 깎아주는 셈이다.

일부 건설사는 준공후 회사 명의로 등기한 후 전세 임대를 놓기도 한다. 단기간 계약가 찾기가 어려운 만큼 분양가의 1/3 수준의 전세금을 받아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서다. 차이는 있지만 전셋값은 대체로 7000만∼9000만원선이다.

완공 상태에서 계약률이 50%를 넘지 못하면 정상적인 분양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D건설사 관계자는 "입주때 계약이 절반도 안되면 시행사의 개발이익은 거의 없다"며 "시공사는 공사비만 제때 건져도 감지덕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준공후 미분양 사업장에선 얼마를 남길 것이냐가 아니라 언제까지 얼마를 회수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라며 "자금 회수에 치중하다보니 다소 파격적인 출혈 할인경쟁도 벌어진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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