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노 충돌사태, 밤샘 대치 돌입

박종진·평택(경기)=김보형 기자 2009.06.2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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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공장 일부 점거, 팽팽한 긴장

↑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쌍용차 직원들이 26일 오후 평택공장 정문 옆 쪽문으로 진입해 이를 막아서는 노조원들과 충돌을 빚고 있다. ⓒ임성균 기자↑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쌍용차 직원들이 26일 오후 평택공장 정문 옆 쪽문으로 진입해 이를 막아서는 노조원들과 충돌을 빚고 있다. ⓒ임성균 기자


옥쇄파업 36일째를 넘기고 있는 쌍용자동차 (5,500원 ▼150 -2.65%) 사태가 본격 충돌 국면으로 돌입한 가운데 '노·노 대치'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사측과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이 공장 일부를 점거한데다 충돌을 막기 위한 경찰 공권력까지 투입돼 평택공장은 '노·노·사·경'이 어지럽게 뒤엉킨 형국이다.



특히 쌍용차 노조를 지원하기 위해 수도권 일대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속속 현지로 모여들고 있고 민주노동당 의원 등 정치권도 가세해 상황은 다급히 돌아가고 있다.

쌍용차 사측에 동조하는 직원들은 26일 오후 2시부터 공장 정문 옆 철조망 등을 뚫고 진입을 시도해 5시쯤 본관을 장악했다. 파업 중인 노조원 900여 명은 본관 뒤 도장 공장으로 집결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격렬한 충돌이 이어져 10여 명 이상이 다쳤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5개 중대 500여 명을 본관과 도장 공장 사이에 배치했다.

밤 9시가 가까워지자 사측 직원 1500여 명은 본관 일대에 노조원들이 사용하던 침구류를 가져다 취침 준비를 하는 등 '상주태세'에 들어갔다. 하루 새 본관의 주인이 바뀐 셈이다.

오후 8시50분쯤에는 본관 뒤편 도로 위에 쌓아둔 타이어 더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사측과 노조는 서로 상대방이 불을 지른 것이라 주장했다.


공장 밖도 긴장감이 감돈다. 정문 주위로는 사측의 용역직원들이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사측과 면담을 요구하며 공장에 들어오려던 민주노동당 소속 권영길, 홍희덕, 이정희 의원도 정문 앞에서 막혔다.

이들은 밤 9시 현재 정문 앞에서 쌍용차 가족대책위,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 등 100여 명과 함께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소방차와 구급차도 현장에 대기 중이며 평택경찰서장은 이들의 해산을 종용하고 나섰다.



급박한 상황이지만 당장 추가적인 대규모 충돌이 일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거점으로 삼고 있는 도장 공장은 시너나 페인트 등 각종 인화물질이 대규모로 쌓여 있어 경찰과 사측 모두 쉽게 진입하기 어렵다.

업계 전문가는 "팽팽한 대치와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지겠지만 노사 양쪽이 '최후의 카드'를 뽑아들 내주 초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쌍용차 사측은 이날 오전 정리해고 인원을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최종 입장을 내놓았으나 노조가 기존 안과 다를 게 없다며 거부했다.



사측은 이날 정리해고자 976명에 대해 분사 및 영업직 전환을 통한 일자리 제공 320명, 협력사와 연계 한 재취업 기회 제공 450명, 2012년까지 무급휴직 100명 등 총 870명의 일자리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100여 명에 대해서도 우선적으로 재고용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인력 감축 자체는 피할 수 없지만 부품사와 도급 등을 연계해 일자리는 마련해 주겠다는 방안이다. 3년간 월급을 받을 수는 없지만 고용을 유지하는 무급휴직과 정리해고자·희망퇴직자에 대한 재고용 방침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의 협의안을 거부했다. 분사나 협력사 취업 등으로 고용을 보장한다지만 회사를 떠난다는 맥락에서는 기존과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희망퇴직 역시 강제 퇴직의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사실상의 정리해고 강행 방침은 변하지 않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관계자는 "대주주 상하이차와 경영진의 책임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방식은 여전하다"며 "정부가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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