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나선 슈퍼 문제…업계는 '난감'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09.06.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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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기업형 슈퍼 정치논리 개입될까 우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기업형 슈퍼(SSM) 문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책 화두를 '친 서민'으로 내세운 이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유통업계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SSM 사업이 '정치논리'로 인해 타격을 받게 될 우려가 커지면서 난감해 하는 모습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골목상권'까지 진출, 동네구멍가게가 초토화되고 있다는 소상인들의 원성이 빗발치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기업형 슈퍼 규제에 나선 가운데 25일 이 대통령은 서민 자영업자의 현장 목소리를 챙기기 위해 골목상가를 점검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찾은 곳은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골목상가. 이곳은 지난 3월 신세계 이마트가 선보인 소규모 매장인 '이마트 이문점'(1705㎡, 526평)에서 불과 300미터 떨어져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서울 동대문구의 골목상가를 찾아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듣고 있다. (청와대제공)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서울 동대문구의 골목상가를 찾아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듣고 있다. (청와대제공)


이 대통령은 이곳 골목상가에서 한 할머니가 운영하는 10㎡ 남짓한 구멍가게와 찹쌀 도넛 가게, 과일 좌판 등을 둘러봤다. 지역상인, 상인 대표자들과 함께 골목식당에서 비빔밥으로 오찬을 함께 하고 시장경영지원센터, 슈퍼마켓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대표 등으로부터 건의사항을 들었다.

이 대통령이 이문동을 찾게 된 데는 이곳이 최근 기업형 슈퍼의 등장으로 인근 동네상권이 고전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기 때문이다. 당초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방문할 장소로 소형 이마트가 있는 이문동 및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있는 대방동과 신풍시장, 롯데슈퍼가 있는 사당동 지역 등을 청와대 측에 건의했다. 이 가운데 이문동은 인근 신설동, 청량리, 미아리 등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 미개발 지역이라 서민 챙기기에 나선 이 대통령이 이문동을 찾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경배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이마트 이문점이 생기면서 빵가게, 과일가게 등 인근 상가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상가를 돌아보는 동안 내내 상인들이 대형마트 때문에 못살겠다는 항의가 잇따랐다"고 현장분위기를 전했다.


김 회장은 "이 대통령은 '어떻게 하면 상생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로 정부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슈퍼 개설시 주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평가 항목을 넣고 협의체를 구성해 심의도 받도록 해야 하고 등록제에 준하는 허가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는 대통령이 나선 문제 인만큼, 대응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방안에 따르겠지만 '기업 프렌들리' 기치를 내건 현 정부에서 이 같은 규제에 나서는 것은 일종의 '포퓰리즘'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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