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 규제? 3사 대표 '3色' 발언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09.06.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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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한 홈플러스 대표, 소진세 롯데슈퍼 대표, 이경상 이마트 대표

↑왼쪽부터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소진세 롯데슈퍼 사장, 이경상 신세계 이마트 사장. ↑왼쪽부터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소진세 롯데슈퍼 사장, 이경상 신세계 이마트 사장.


정부와 여당이 '골목상권' 보호 명분을 내세우며 대형 유통업체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진출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 마련에 나선 가운데, 슈퍼3사 대표가 각기 다른 입장의 발언을 내놓아 귀추가 주목된다.

가장 '강경파'는 이승한 홈플러스 대표이사 회장. 이승한 회장은 "정부의 슈퍼마켓 관련 규제에 대해 법적대응까지 고려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대형마트 5개사와 협력사간 공정거래 협약 선포식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 세계에 슈퍼마켓을 규제하는 곳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이 슈퍼 규제 움직임에 정면 반발하는 것은 성장 한계에 이른 대형마트를 대신할 신성장 동력으로 최근 몇 년간 슈퍼 사업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왔기 때문이다. 특히 홈플러스는 영국 테스코 그룹의 한국 지사로 활동무대가 '국내'로 국한돼 있다는 점에서 이번 슈퍼 사업 규제로 인한 경영 차질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한 회장은 "정치인들이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대기업 슈퍼마켓을 규제로 막는 것은 싸게 질 좋은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 슈퍼가 들어서면 동네 슈퍼가 없어진다고만 비난하지만 인근 상권이 활성화되는데 기여하고 있다"며 "고용창출 효과도 더 크다"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은 "유통산업이 선진국은 GDP대비 12%인데 한국은 6%밖에 안 된다"며 "유통산업의 현대화가 필요하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내수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 시장에서는 '만년 3위'지만 슈퍼 사업으로 롯데 유통 사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소진세 롯데슈퍼 대표이사 사장은 정부 규제를 따라야겠지만 소비자 권익을 생각하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 사장은 지난 23일 서울대 교내에서 열린 '롯데국제교육관' 개관식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실제 슈퍼 이용객들을 만나보면 대기업에서 하는 슈퍼를 굉장히 좋아한다"며 "대기업 슈퍼가 없었을 때는 백화점 식품관까지 갔어야했는데 슈퍼만 가도 신선한 야채와 생선을 구할 수 있어 고객들의 만족도가 크다"고 말했다. 동네슈퍼에 비해 제품구색이나 질적인 면에서 우수해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가 규제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되 향후 규제내용은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소 사장은 "슈퍼사업에 대해 기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뀌면 규제 내용에 맞는지 여부를 보면서 출점을 계속 준비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아직 출점 계획을 수정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대기업 슈퍼 3사의 공동 대응 가능성에 대해서는 "체인스토어협회가 별도로 있다"며 개별 기업 차원의 정책 대응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슈퍼 사업에 뒤늦게 열의를 보이고 있는 신세계 이마트의 이경상 대표이사 사장은 슈퍼 규제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경상 사장은 "당초 올해 30개 슈퍼를 낸다는 목표였는데 갑자기 이렇게 돼서 혼란스럽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슈퍼 '늦깎이'로 점포 확대를 위해 지방 슈퍼 체인을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경영지원실에서 결정할 일이지 잘 모른다"고 즉답을 피했다.



신세계가 슈퍼 사업에 대해 유독 신중한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은 전국 122개 이마트 점포로 대형마트 시장에서는 1위지만 슈퍼사업에 관해서는 '후발주자'라는 입지와 무관치 않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슈퍼, GS슈퍼가 점포수를 100개 이상으로 늘린 데 비해 슈퍼사업에서는 '실기'한 이마트의 경우, 오히려 최근 규제 움직임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신세계는 일종의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이마트의 경우, 현재 신월점, 수서점, 광명점, 김포점, 이문점 등 총 5개점이 3305.8m²(1000평) 미만의 소형점포에 속하며 기존 소형점포보다 규모를 더욱 줄인 330~660㎡(100~200평) 안팎의 슈퍼를 연내 30개 가량 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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