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기우제를 지내면 대박날까?"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본부장 2009.06.2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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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인사이트]"예단이나 조급함 버려야"

"인디언 기우제를 지내면 대박날까?"


대부분의 정치가들이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실현시키지 못하는 것처럼 주식시장 참가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직접적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하고 주식시장에 대한 예측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돈이 목적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예측이 시장과 결부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100퍼센트의 확률로 접근이 불가능한지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경우가 아주 많은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정치를 하는 사람이 정치를 잘 못한다고,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지 못했다고 해서 정치를 바로 그만두지 않는 것처럼 주식시장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사람도 예측이 틀렸다고 해서, 남들보다 돈을 덜 벌었다고 해서 바로 내침을 당하지는 않는다. 너무 자주 그러지만 않으면..



올해부터 우리나라 기상청이 장마예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장마기간 동안에 날씨예보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장마가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날지에 대한 예측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장마는 6월 하순에 시작해서 7월 중순쯤 끝나는 걸로 배웠던 세대에게는 다소 당혹스러운 일이나, 이는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해가면서 장마의 의미가 과거와는 달라진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서브프라임 대란에 이어 지난해 리만브라더스 파산을 겪으면서 세계경제는 필자가 기억하는 시간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한반도의 아열대기후화가 어제 오늘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닌 것처럼, 지금의 경제위기도 리만브라더스 파산 때문에 돌발적으로 튀어나온 게 아니라 사람과 돈의 이기심이 만들어 낸 지난 수년간에 걸쳐 축적된 버블의 후유증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이를 다른 시각에서 보면, 지금의 세계경제나 주식시장의 상황이 우리가 축적해 놓은 경험치를 벗어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예측 또한 우리의 영역 밖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만으로 무장하고 과거의 경험에 비춰 미래가 반복될 것이라는 확신과 억측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기상청이 억지로 장마기간을 예측하지 않는 것처럼 보다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와 함께 인공강우가 근본적 해갈에 큰 도움이 안 되는 것처럼 정부의 경제정책도 근본적인 버블 해소책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날이 가물어 대지가 타 들어가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냈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인디언기우제라고 하는데 결국은 비가 오기 때문에 인디언기우제는 항상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고 제를 지내는 제사장은 영험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여 졌을 지도 모른다.

가뭄이 지속될 때 끊임없이 기우제를 지내면 사막에서도 언젠가는 비가 올 것이다. 그러나 기우제를 지낸다고 안 올 비가 오는 것도 아닐 것이고, 지내지 않는다고 해서 내릴 비가 안 내리지도 않을 것이다. 멈춘 시계는 하루에 두 번 맞는다. 하지만 아무도 멈춘 시계를 차고 다니지는 않는다. 순환의 특징을 갖고 있는 경기가 좋아진다고 주장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아질 것이고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계속해서 틀리는 것보다는 낫지만 언젠가는 맞을 거라는 자위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아주 큰 대세흐름을 갖는 장세를 제외하고 주식시장은 일반적으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지금이 대세를 논하기에 충분한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장기 장마예보가 가능할 때 인가처럼...또 한가지는 너무 조급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주식을 사지 않았다고 해서 다시 살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고, 지금 팔지 못했다고 해서 지금보다 비싼 가격에 팔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 주식이 우량주라면 더더욱 그렇다. 지금의 상황은 섣부른 예단도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조급함도 다 버려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다만 몇몇 주식은 불확실한 미래를 너무 많이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은 우려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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