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만의 고액권' 5만원권 영향력은

배성민 기자, 사진=임성균 기자 2009.06.2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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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표·1만원권 대체효과… 물가상승·탈세 우려는 숙제

'36년만의 고액권' 5만원권 영향력은


현금 가운데 최고액권인 5만원 지폐 2700여 만장이 23일부터 일제히 시중에 풀렸다. 36년 만의 고액권 등장인 만큼 일상생활의 많은 변화도 예상된다.

◇여성인물 도안, 커진만큼 위조방지 확대= 5만원권의 크기는 가로 154㎜, 세로 68㎜로 새로운 1만원에 비해 가로가 6㎜ 커졌다. 또 현재 사용되는 지폐 중 새로 나오는 5만원권만 도안 인물이 여성(신사임당)이라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5만원 권 신권이 황색 계통인 5000원 권과 색깔이 비슷해 물건 구매나 택시비 계산 때 잘못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붉은색 계통에서 푸른 색으로 바뀐 1000원권 신권이 본격 유통된 2007년에도 녹색 계통의 1만원 권과 혼란을 겪는 사례가 있었다. 기존 지폐와의 혼동 우려에 대해 한은은 크기와 지폐 도안에 주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최고액권인 5만원권에는 최첨단 위조방지 장치가 대폭 적용됐다. 액면 금액이 커진 만큼 위조지폐를 만들어 유통시키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컬러복사 등 조잡한 수준의 위폐 출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일반인이 식별할 수 있는 장치로 앞면 왼쪽의 홀로그램(특수 필름띠) 등을 넣었다고 밝혔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띠형 홀로그램은 태극, 우리나라 지도, 4괘 무늬가 상·중·하 3곳에 각각 배치됐고 무늬 사이에 '50000'이라는 숫자가 들어 있다.

한은은 또 '지폐 위조방지장치 확인카드' 4만개를 제작해 은행, 저축은행, 우체국, 유통업체 등에 배포한 상태다.

◇수표·1만원권 대체효과= 5만원권 발행으로 기존의 자기앞 수표와 1만원권 사용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자기앞수표는 화폐와 달리 발행, 지급, 정보교환, 전산처리 및 보관 등에 연간 2800억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간다. 은행권은 자기앞 수표 취급과 운용에 따른 이자수익 등이 있지만 비용 절감분에는 못 미친다.


한은은 5만원권이 10만원권 자기앞수표를 대체하면 전체 수표의 80~90% 가량은 연내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중 유통지폐 중 60% 정도를 차지하는 1만원권도 자연스레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5만원권이 발행되면 상당수 1만원 수요가 5만원권으로 대체돼 1년 안에 1만원권의 40% 정도는 5만원권에 자리를 내 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은행은 이밖에 기존 자동입출금기(ATM)로는 5만원권을 인식할 수 없어 신규 기기를 도입하거나 기존 기기를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발행 초기에는 영업점당 1대씩의 5만원권 인식 기기를 갖추도록 한은은 유도하고 있다.

이밖에 물가 상승과 뇌물·탈세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는 고액권 발행이 뇌물수수나 비자금조성, 범죄수단 등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한은은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해 "유럽의 경우 유로화를 도입하면서 500유로(현재 환율로 88만 원)고액권을 발행했지만, 물가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신용카드 등이 활성화돼 있어 5만원권 발행으로 소비 패턴 자체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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