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실물경제엔 긍정적이긴 하지만…"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2009.06.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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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5만원 경제학/ ⑤이만종 경희대 교수

편집자주 6월23일, 우리나라에서 36년 만에 최고 액면 화폐의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 화폐 개혁에 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고액권'의 탄생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1년 안에 10만원권 수표의 90% 이상, 1만원권 수요의 40% 가까이를 대체하리라는 예측만큼 벌써부터 만만치 않은 위력도 감지되고 있다. '5만원권' 시대. 최고 액면 화폐의 새 정권 맞이로 분주한 경제ㆍ사회ㆍ문화 각 분야별 동향을 살펴본다.

"5만원권, 실물경제엔 긍정적이긴 하지만…"


"5만원권 발행이 실물 경제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만종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얘기다. 그는 한국은행에서 오랫동안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했으며,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화폐경제학 분야로 박사학위를 땄다.

고액권 화폐를 발행했던 해외의 사례를 봤을 때 실제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거나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쳤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소비패턴에서도 크게 변화가 올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와 같은 전자결제수단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현금 단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그렇지만 5만원권 화폐발행은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 지폐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우리나라의 지폐는 종류가 1천원 5천원 1만원 단 3개 권종에 불과했는데 이것은 세계적으로 가장 적은 숫자에 속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이 7개 권종을 사용하는 등 대부분 국가에서 4개 이상의 권종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1973년 이후 30여년 동안 경제규모가 엄청나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액 화폐는 1만원권으로 변함이 없었다는 점에서 고액화폐의 발행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5만원권 화폐가 생기면 수표사용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고, 수표 발행과 지급, 처리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처음에는 CD기나 ATM기기의 교체비용으로 돈이 들겠지만 이것은 일회성 비용이고, 긴 시각에서 놓고 본다면 수표 발행 비용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1만원짜리 5장을 한장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화폐 관리, 보유, 수송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현금으로 주로 거래하는 사람들의 경우 실익이 매우 클 것이라고 봤다.

대신 5만원권 발행으로 생길 몇가지 우려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5만원권이 발행되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위조지폐입니다. 화폐 위조자들의 입장에서는 1000원권이나 5만원권이나 위조에 드는 노력이나 리스크는 똑같기 때문에 당연히 이익이 큰 5만원권 위조에 열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은행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5만원권을 유통할 수 있는 자동현금지급기 도입에 소극적일 경우, 사람들의 이용도가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고액권 화폐발행으로 화폐 거래를 선호하는 정치 비자금이나 마약거래 등 '검은 돈'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거래하는 데 편리성이 늘어난다고 해서 '검은 돈'이 많아질 것이란 우려는 기우라고 봤다.

5만원권이 도입되더라도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는 여전히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고에 돈을 오래 보관해두어야 하는 기업이나 사람의 경우 분실되어도 추적이 가능한 수표를 여전히 선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그 외의 경우라면 10만원권 수표보다는 5만원권 활용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봤다. 수표는 신분 확인, 일련번호 조회 등 절차가 있어 번거롭지만, 5만원권은 그런 수고스러움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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