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그룹, "진로 재상장에 올인"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09.06.18 18:16
글자크기
하이트홀딩스 (9,390원 ▲60 +0.64%)가 진로 보유 주식 551만주(12.8%)를 2893억 원에 매각했다. 오는 9월 진로 재상장을 앞두고 64%를 넘는 큰 지분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주식 매각은 주당 5만2500원꼴로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는 시장의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 진로 재상장시 공모가나 주가에도 긍정적인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이트홀딩스는 18일 진로 보유주식 551만6000주를 2893억9731만원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하이트홀딩스의 진로 보유 지분율은 종전 64.9%에서 52.1%로 줄었다. 진로 주식을 매입한 곳은 리얼디 더블유 유한회사와 신협중앙회다.

주류 및 증권업계는 특히 이번 주식 매각을 통해 오는 9월 이후 재상장할 예정인 진로 주식의 가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데 의미를 뒀다. 전문가들은 하이트홀딩스가 진로 1주를 5만2465원에 매각한 것은 나쁘지 않은 가격으로 진로 재상장시 공모가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지난 2005년 진로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풋옵션을 내걸었는데 지난 3∼4월 모건스탠리와 산업은행 등이 이중 3545억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고, 하이트홀딩스가 이를 되사줬다.

문제는 내년 9월 만기가 돌아오는 8900억원 규모의 풋옵션. 전문가들은 이 규모의 풋옵션은 하이트홀딩스가 자체적으로 되사주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그 이전에 진로 재상장을 통해 풋옵션 행사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상장이후 진로의 주가. 재상장이후 진로 주가가 일정 수준(5만4000원∼5만6000원)을 넘지 못하면 재상장을 했어도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하이트-진로그룹의 재무적 부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결국 재상장 이전인 현 시점에 주당 5만2500원에 진로 주식 거래가 이뤄진 것은 상장후 주가 전망을 밝게 해주며 하이트-진로 그룹이 풋옵션의 제약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높게 한다.

동부증권 차재헌 애널리스트는 "만약 주당 5만2500원 또는 이보다 높은 가격으로 진로 재상장이 가능하다면 하이트-진로그룹은 재무적투자자들의 풋옵션 망령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며 "하이트홀딩스는 물론 하이트맥주 주가에도 긍정적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주식 매매는 2010년 5월30일까지 진로 주식이 상장되지 못한 경우에 그 시점으로부터 9개월이내에 하이트홀딩스가 주식을 되사주는 조건 등을 내걸었다. 결국 하이트-진로 그룹은 이제 진로 재상장과 주가에 그룹의 총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