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세, 소득세 수준 인하 물 건너갔나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9.06.2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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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회서 개정안 보류, 증세 분위기 속에 올해도 기약 없어

상속·증여세율을 소득세율 수준으로 인하하는 방안이 물 건너 가는 분위기다.

정부가 상속.증여세율을 현실화하기 위한 상속돚증여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9개월여가 지났지만 국회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6월 임시국회는 23일까지도 열리지 않았고 세수 부족 우려로 증세론까지 나오고 있어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난망해 보인다.

이날 기획재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해 9월에 소득·증여세율을 기존의 10∼50%에서 소득세율 수준인 6-33%로 인하하는 내용의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당시 "한국의 상속세율은 일본과 더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며 "지나치게 높은 세율로 국부의 해외 유출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상속세율을 소득세율보다 낮게 운용하는 국제적 추세를 고려해 상속세율을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OECD에 따르면 상속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높은 국가는 한국(최고세율 50%)과 일본(50%), 미국(45%), 덴마크(36.25%), 스페인(34%) 등이다. 영국(40%)과 프랑스(40%)는 상속세율과 소득세율이 일치하고 독일(30%) 등 15개 국가는 상속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낮다.



호주, 캐나다, 포르투갈 등 6개국은 상속세를 폐지하고 대신 상속받은 재산을 처분할 때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자본이득과세를 신설했다. 뉴질랜드는 아예 상속세를 폐지했고 싱가포르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상속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해 올해부터 5억원 이하 7%, 5억∼15억원 16%, 15억∼30억원 25%, 30억원 초과 34% 등을 적용하되 2010년부터 세율 1%를 추가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개정안을 올해 1월부터 최초로 상속하거나 증여하는 분부터 적용키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상속.증여세율 인하를 이른바 '부자감세'라며 반대하면서 당초 개정안에 포함됐던 중소기업 가업 상속 지원 확대 부분만 통과되고 상속.증여세율 인하는 무기한 보류됐다.


이에 따라 재계는 올들어 세미나 등을 열어가며 상속세율 인하가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여론을 환기시켜 왔다. 재계는 정부가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고 투자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상속세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상속세가 과도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경영권이 위협 받는 문제가 발생해왔다"며 "기업가치를 키워도 결국 상속세로 다 나가니 투자를 하기보다는 배당금을 높이려는 경향이 있어 기업가 정신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특히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30% 가량 할증 평가를 하고 있어 세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입장이다.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속세는 이미 소득세가 과세된 재산에 대한 이중과세"라며 "가업 상속 공제율이 20%에서 40%로 확대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상속.증여세율이 주요 국가들에 비해 높다"고 밝혔다. 또 "중장기적으로 상속세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폐지하되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간 정부가 펼쳐온 감세 모드와 관련, 경기침체로 인한 재정 확대로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고 특히 ‘부자감세’라는 이유로 정치적 논란의 여지도 커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4월 정기국회에 이어 6월 임시국회에도 안건에 포함돼 있지 않고 정부가 다음달 발표하는 기업투자환경 개선 대책에도 상속공제 등 세제 부분은 들어 있지 않아 상속세 경감은 당분간 요원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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