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공장 안에 웬 기차역?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09.06.2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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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울산공장에 '장생포역' 위치‥강원도 지역에 석유제품 운송

23일 오전. SK에너지 울산공장의 육상출하팀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낮12시에 대구로 출발하는 화물열차(18량)에 석유제품을 싣기 위해서다.

육상출하팀은 12명으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주로 정유공장에서 생산된 석유제품을 기관차에 실어 유조화차(열차)로 나르는 일을 한다.
↑SK에너지 울산공장 안에 있는 장생포역↑SK에너지 울산공장 안에 있는 장생포역


이 과정에서 육상출하팀이 꼭 거쳐야하는 울산공장의 명물이 있다. 울산 시민들도 잘 모른다는 작고 아담한 기차역인 '장생포역'이 그 주인공이다. 이 역이 유명해진 이유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유공장 안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장생포역은 여객을 수송하진 않는다. 그러나 하루 평균 9대, 110량의 열차가 SK에너지에서 생산되는 석유제품을 나르고 있다.

실제로 이들 열차는 주로 동해 남부선을 통해 연 평균 200만톤의 석유제품을 강원도 일대로 운반하고 있다. 역장과 역무원도 역에 상주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가 관리하는 역이라 고속철도(KTX)를 비롯한 모든 열차표의 예매 역시 가능하다.



'장생포역'의 역사는 5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 당시 군유류 수송을 전담하기 위해 바다에 인접한 곳에 기차역을 세운 것으로 1953년 4월1일 장생포선을 따라 처음으로 개통됐다.

당시에는 직원 4명이 격일제로 근무했으며, 하루 왕복 4대(8량)의 기차가 외국에서 들여온 유류를 전국으로 수송하기 위해 이 역을 거쳤다. 송유관 시스템이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장생포역은 심장과 맞닿아 있는 '동맥'과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전쟁이 끝나고 장생포역 옆엔 SK에너지 제1 정유공장이 가동됐다. 산업의 발달과 함께 SK에너지 (109,000원 ▼2,100 -1.89%) 울산공장도 확장됨에 따라 장생포역은 공장 안에 자리잡게 됐다. 엄밀히 말하면 SK에너지 공장이 장생포역을 끌어안은 모양이 된 것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장생포역은 에너지 공급 역사에 작지만 강한 역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며 "사람들이 북적거리던 과거의 영화는 빛이 바랬지만 지금도 울산 공장에서 생산되는 석유제품 철도수송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가끔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를 보고 있으면 어릴 적 향수에 젖기도 한다"며 "정유공장 안에 있는 유일한 역이니만큼 영원히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장생포역'처럼 특이한 기차역이 또 하나있다. 충남 서천화력발전소 내에 있는 동백정역이 바로 그 곳이다.

그러나 이 역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사설 철도인 '서천화력선'을 이용하고 있어 장생포역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서천화력선은 한국전력공사가 1983년에 개통한 무연탄 운반 전용선으로 한국철도공사와는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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