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수출전초 기지를 가다

울산=최석환 기자 2009.05.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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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사업장 수출인프라 세계 최고 수준...석유사업 매출 중 수출비중 50% 넘어

지난 15일 오후 SK에너지 울산공장 외곽에 자리잡은 제7부두. 육지에서 해상으로 연결되는 철골구조의 다리를 여러개 건너 도착한 이곳은 석유제품을 해외로 실어 나르는 대형 선박이 매일 들어오는 수출의 전초기지.
↑수출전초기지로 떠오르고 있는 SK에너지 울산사업장.↑수출전초기지로 떠오르고 있는 SK에너지 울산사업장.


이날도 10만배럴 규모의 윤활유기유를 싣고 인도로 떠나는 길이 159m, 2만6000톤급 유조선 '켐루트 브릴란트(CHEMROUTE BRILLANT)'호가 마지막까지 제품을 선적하느라 분주했다.

"단일 부두에서 시간당 4만 배럴, 하루에 96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선적할 수 있는 등 제품 출하 인프라시설이 세계 최대,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이천우 SK에너지 해상출하2팀장↑이천우 SK에너지 해상출하2팀장
석유·화학제품 수출을 총괄하고 있는 이천우 SK에너지 해상출하2팀장의 자신감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SK에너지 울산사업장에는 1~8부두까지 총 8개의 석유화학 제품을 선적할 수 있는 부두가 있다. 1~2부두는 4만 배럴 이하 규모의 소규모 선박이 접안하는 작은 부두고, 3~8부두는 1만 배럴의 소형선박에서 100만 배럴을 초과하는 선박까지 접안 할 수 있는 대형 부두다.



이곳에선 SK에너지 (107,700원 ▼2,000 -1.82%)가 생산한 휘발유와 경유, 등유, 윤활유, 화학제품 등이 세계 30여개국으로 수출되기 위해 하루 24시간 동안 쉴새없이 선적된다.

SK에너지는 지난해 말부터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제품 운반선이 접안 수 있도록 부두 시설을 확충했다. 100만 배럴은 우리나라가 하루에 사용하는 모든 석유제품의 소비량과 맞먹는 규모다.
↑로딩암을 통해 석유제품의 선적이 이뤄지고 있다.↑로딩암을 통해 석유제품의 선적이 이뤄지고 있다.
육지에 있는 석유제품 탱크에서 바다 위의 유조선으로 석유제품을 선적하는 작업은 별도의 파이프라인인 로딩암(Loading arm)을 통해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특히 제8부두의 경우 총 3기의 로딩암이 동시에 석유제품 운반선에 연결, 선적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제품별, 파이프 크기별, 물량별, 선박 크기별로 석유탱크에서 유조선으로 주입하는 과정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동시 작업이 가능한 로딩암 1기를 추가로 늘리는 것은 정교한 기술과 추가적인 설비 투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로딩암을 통해 석유제품이 선적되고 있다.↑로딩암을 통해 석유제품이 선적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로딩암 3기를 동시에 연결해 사용하는 곳은 SK에너지 울산사업장이 유일하다.


로딩암 3기를 동시에 사용하면 100만배럴을 선적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1.4일로, 2기를 사용할 때 2.6일 걸리는 것에 비해 절반 가까이 단축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고객인 선주사의 만족도 그만큼 높아진다.

이 팀장은 "울산공장은 석유화학 제품 수출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 물량이 급증하면서 로딩암 2기의 동시 연결로는 해외의 주문량을 감당할 수가 없어, 올 1월부터 로딩암 3기를 모두 이용해 선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달까지 선적 스케줄이 빼곡히 차 있어 계속 바쁜 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K에너지는 지난 1분기에 3278만5000배럴의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8.3% 증가한 수치다. SK에너지 1분기 석유사업 매출액 5조 8076억원 가운데 2조9227억원이 수출을 통한 매출로 비중이 50%를 넘는다.

석유제품 외에도 화학과 윤활유 등 SK에너지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포함하면 수출 비중이 58%에 달한다. 지난달에 수출된 석유제품 물량도 지난해 동기 대비 약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지역도 다변화하고 있다. 기존 동남아와 일본, 중국 등에서 미국과 유럽, 호주 등 환경규제가 까다로운 국가로도 점점 수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 팀장은 "최근 들어 인도나 중국의 경쟁사가 늘어나고 전반적인 수요가 감소하면서 유럽이나 남미 등 새로운 지역으로 수출선을 넓히고 있다"며 "이틀 전에는 브라질에 30만배럴 규모의 초저유황경유를 처음으로 수출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SK에너지 울산공장이 수출의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는 데에는 지난해 6월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 제3고도화설비가 큰 역할을 했다.

원유 정제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제품 중 약 40%가 가격이 싼 고유황 벙커C유 등의 중질유이다. 중질유의 경우 황(S)함량이 많고 사용처가 제한돼있어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판매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중질유를 휘발유나 등유, 경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청정 경질유로 바꿔주는 설비가 이른바 '지상유전'이라고 부르는 고도화설비다.

SK에너지는 제1, 2 고도화설비에 이어 총 2조원을 투자해 일일 7만배럴 규모의 제3고도화설비를 완공해 가동 중이다. SK에너지는 총 3기의 고도화설비를 통해 일일 17만배럴의 고유황 벙커C유를 휘발유, 경유 등으로 생산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물량은 100% 수출된다.

↑김동호 제3기 고도화설비 생산1팀장↑김동호 제3기 고도화설비 생산1팀장
김동호 제3기 고도화설비 생산1팀장은 "단순 정제 방식만으로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더라도 고도화설비를 갖춰야 한다"며 "이 설비에서 생산된 제품은 강력한 원가경쟁력으로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일등공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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