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은행, 개인대출 확대에 '눈독'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9.06.1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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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XX은행 XX지점장 홍길동 입니다. 대출 필요시 전화주세요.' (문자메시지)

#2. "주택 매입자금이 부족하시다구요? 걱정 마세요. 저희 가게 바로 옆 XX은행이 있는데 거기서 요새 대출 잘 해 줍니다. 제가 소개시켜드릴까요?"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

금융위기 여파로 잔뜩 위축됐던 은행들의 가계대출이 차츰 기지개를 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정부의 중소기업 대출 의무 목표치 및 의무비율 완화로 대출 여력이 나아진데다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면서 은행들의 영업 전략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3월 이후 사실상 중단했던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최근 대출 조절로 인해 신규 취급액이 크게 줄었고 다른 은행들의 대출이 늘어남에 따라 이달부터 제한조치를 풀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타행 대환대출과 가계대출 목표를 초과한 지점의 신규취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출 잔액을 조절해 왔다. 이 결과 올 2월 이후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까지 73조원 대에 묶여 있었다. 이 결과 지난 5월 중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달대비 795억원 감소한 반면 △우리은행(5196억원) △신한은행(4200억원) △하나은행(2332억원) 등 타 은행들의 잔액은 증가했다.



국민은행 뿐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들도 일제히 개인대출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뿐 아니라 신용대출까지 불이 붙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각 은행 영업점에서는 지점장들까지 나서 개인대출을 늘리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최근 연체율 추이를 살펴보면 개인대출 연체율은 기업대출에 비해 현격히 낮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며 "은행의 본업이 예대업무임을 감안할 때 리스크가 낮은(개인대출) 대출을 늘리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아직 금융위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또다시 공격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보이고 있다. 순이자마진(NIM) 등 추락하는 은행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예대 마진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과거와 같은 은행 간 출혈경쟁이 다시 나타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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